도쿄올림픽 후원사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이 통사설을 통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올림픽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뉴질랜드 정부에 코로나19 대책을 조언하는 전문가가 올림픽 개최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대만 야구팀이 출전 포기를 선언하는 등 일본 안팎에서 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라는 제목의 통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평소 2개의 사설을 쓰지만, 이날은 올림픽 중단 사설 하나로 채웠다. 주요 언론사가 올림픽 중단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신문은 “코로나 확대는 멈추지 않고, 도쿄도 등 긴급사태 선언 재연장도 피할 수 없다”며 “올림픽이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주위 상황을 판별해 올여름 (올림픽) 개최의 중지를 결단하도록 스가 총리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만 해도 “냉정한 눈으로 현실을 봐야 한다”고 올림픽 회의론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던 <아사히신문>이 개막을 두달 앞두고 ‘중지’로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신문은 스가 총리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림픽이 정권을 유지하고 선거에 임하기 위한 도구가 돼가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가 어떻든 총리는 (올림픽을) 개최할 의향”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가 24일(현지시각)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수준인 ‘여행 금지’ 권고로 올린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올림픽에 대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뉴질랜드 정부에 코로나 대책을 조언하고 있는 보건 전문가인 마이클 베이커 오타고대학 교수는 25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커 교수는 “올림픽은 국가 간 왕래, 대규모 모임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팬데믹과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 개최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올림픽 개최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이 연기되기 전 선수단 불참을 선언했다.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겼다. 대만 야구 국가대표팀이 건강과 안전 문제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만프로야구리그는 25일 “리그 5개 구단과 논의 끝에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에 선수들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예선 1위 팀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데, 대만은 아예 예선에도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통사설을 실었다. 아사히신문 갈무리
다만 미국은 ‘일본 여행 금지’ 권고와 별개로 선수단을 도쿄올림픽에 파견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도쿄올림픽에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선수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올림픽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도쿄올림픽 참가에 무게중심을 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역 위원 중 최고참인 딕 파운드 위원도 이날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슈칸분슌) 인터뷰에서 스가 총리가 올림픽 취소를 요청해도 “대회는 개최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소연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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