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오는 7월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일본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올림픽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엔 이틀 만에 19만명이 넘게 참여했고, 올림픽을 멈추라는 벽보를 붙인 병원도 등장했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은 지난 5일 낮부터 온라인에서 올림픽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을 시작했는데 이틀 만인 7일 오전 19만3천여명이 참여했다. 우쓰노미야 변호사는 서명에 나선 이유를 밝히면서 “목숨과 삶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도쿄올림픽을 열 필요가 있느냐”며 “정부는 올림픽을 중단하고, 코로나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쓰노미야 변호사는 서명 용지를 이달 중순 도쿄도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쿄의 한 병원은 건물 2층과 3층 창문에 “의료는 한계, 올림픽 그만!”, “이제 그만해, 올림픽 무리!”라는 벽보를 붙여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병원 원장은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올림픽 개최로 감염 확대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간호사와 의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목소리를 낼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도쿄의 한 의류업체는 도쿄올림픽 중단을 형상화 한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상징하는 모양 위에 ‘중지다 중지’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디자인이다.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기 만화 <아키라>의 낙서 장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업체는 지난 1월 두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된 이후 약 300장이 팔렸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일(현지시각) 인터넷판 칼럼 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올림픽 취소를 결단해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내 여론,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의료계 부담을 거론하며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속에서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지난 4일 코로나 유행이 세계 각지에서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글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달 18일 이번 올림픽이 일본과 전 세계의 “대형 감염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면서 “올림픽을 어떻게 할지 재고해야 할 시기”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세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 중이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4372명으로 나흘 연속 4천명대를 보이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