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근 아베 전 총리가 정치적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와중에 나온 발언으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3일 밤 일본 위성방송 <비에스(BS)후지>에 나와 “총재 선거는 지난해 했는데, 1년 뒤에 또 총재를 바꾸겠느냐”며 “자민당원이라면 상식을 갖고 생각해야 하고, 당연히 스가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가 올 9월까지인 스가 총리의 연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한 뒤 티브이 생방송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이 다시 총리로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한 명의 의원으로서 전력으로 떠받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며 에둘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등판’에 부정적으로 반응을 했지만 최근 정치적 행보를 보면 그대로 믿기는 힘든 분위기다. 아베 전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불법 향응을 제공한 이른바 ‘벚꽃 스캔들’로 활동을 자제하다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자민당 의원 모임에 고문을 맡거나 각종 강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스가 정부의 향배가 걸려 있는 올해 중의원 총선거에서 역할을 하며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변에 “중의원 총선거에서 계파에 묶이지 않고 젊은 후보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파벌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애초 몸 담았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4일 “아베 전 총리가 호소다 의원 등 파벌 간부와 모임을 갖고, 소속 의원들의 선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파벌 복귀를 위한 발판 다지기라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호소다파를 중심으로 아베 총리가 ‘포스트 스가’로 다시 나왔으면 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 이외에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도 이유다. 자민당 한 원로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가 뚜렷한 후계를 키우지 않은 속에서 호소다파의 다음 총재 후보는 아베 전 총리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당분간 스가 총리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관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영향력을 과시해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포스트 스가’가 마땅하지 않은 속에서 최대 파벌의 지지를 받는데다 이미 총리 경험이 있는 아베 전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다른 파벌의 당직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아베 전 총리는 파벌이 아니라 자민당의 아베다. 당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곧 움직일 수 있는 구원책으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총리로 누가 적합한지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는 8%를 얻어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24%),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16%),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4%)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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