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도 서벵골주 주도인 콜카타에서 전인도트리나물회의(TMC) 지지자들이 지방의회 선거 승리를 축하고 있다. 콜카타/EPA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집권 인도인민당(BJP)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와중에 대규모 선거운동을 강행한 데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타임스 오브 인디아>를 보면, 전날 개표된 4개 주 및 1개 연방직할지 등 총 5곳의 지방의회 선거 중 3곳에서 인도인민당이 패배했다. 인도인민당은 서벵골주와 남부 타밀나두주·케랄라주에서 졌고, 북동부 아삼주와 연방직할지인 푸두체리에서만 승리했다.
인도인민당은 특히 격전지였던 서벵골주에서 주의회 전체 292석 중 7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서벵골 지역에 기반이 있는 전인도트리나물회의(TMC)가 213석을 얻어 1당에 올랐고, 인도 유일의 여성 주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는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인민당은 무슬림이 비교적 많은 서벵골주에서 승리하려고 감염 확산 경고를 무시한 채 대형 선거 유세를 강행했다. 서벵골은 인도 독립 뒤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으로 분리된 동벵골과는 달리 인도의 일부로 남았지만, 인구 27%가량이 무슬림이다. 모디 총리는 서벵골주에서 20차례 선거 유세를 했다. 모디의 ‘오른팔’ 내무부 장관 아미트 샤는 50차례나 유세했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지방선거는 몇달에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서벵골주 투표일은 지난 3월 말부터 4월 말에 걸쳐 있었다. 서벵골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월 중반 하루 250명 수준에서 현재 하루 1만7000여명으로 급증했다. 모디 총리가 서벵골에서 대중 유세를 그만둔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인도인민당이 2016년 서벵골주 의회 선거에서 3석에 그친 것과 비교해보면 약진했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선거 전 인도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인도인민당이 서벵골주 선거에서 110석가량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평론가인 닐란잔 무코파디아이는 “서벵골에서 (시민의) 판결은 모디의 입지를 분명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대규모 선거운동으로 인한 감염 확산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모디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3월까지 하루 10만명 이하였던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40만명을 넘겼다가 2일 현재 39만2488명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주의회 선거가 열렸던 곳 중 하나인 타밀나두주 대법원은 지난주 대중 유세를 허용한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선관위) 관리들은 아마도 살인 혐의 적용이 예약되어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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