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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조선인 BC급 전범 피해자’ 이학래씨 별세

등록 2021-03-28 21:36수정 2021-03-29 15:39

최후의 일본 거주 전범 피해 생존자
포로감시원으로 일하다가 전범 분류
일본인 아니라는 이유로 전후 보상 제외
지난 2018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BC급 전범 피해 해결 모임에서 발언하는 이학래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2018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BC급 전범 피해 해결 모임에서 발언하는 이학래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비시(B·C급) 전범으로 분류돼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 피해자 중 한 명인 이학래 동진회(同進會) 회장이 28일 별세했다. 향년 96.

<마이니치신문>은 28일 이 회장이 외상성 뇌출혈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회장이 지난 24일 자택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으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열린다고 전했다.

그는 일제 패전 뒤 연합군이 연 재판에서 전범으로 분류됐던 한반도 출신자 중 일본에 거주했던 최후의 생존자였다. 그는 17살 때인 1942년 돈 많이 벌게 해 준다는 ‘포로감시원’ 모집 공고에 넘어가 일본군 군속(군무원)이 됐다. 이후 타이의 일본군 철도공사장과 일본군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말단 관리자로 일하다가, 일제 패전과 함께 비시급 전범으로 분류됐다. 포로 감시원들은 군속으로 이등병보다도 위치가 낮았지만, 연합군 포로들을 직접 접촉했던 탓에 원망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조선인 포로감시원은 전후 전범재판에서 포로 학대, 약탈 등을 저지른 사람들이나 상급자의 명령으로 고문과 살인을 한 혐의 등을 적용받는 경우인 비시급 전범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합군이 연 전범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반도 출신 군속은 148명인데, 이중 23명이 사형을 당했다. 그도 사형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감형돼서 도쿄 스가모형무소에서 11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처벌받을 때는 일본 국적으로 분류됐으나, 1952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일본인과는 달리 전후 일본 정부의 전후 보상에서는 제외되는 부조리를 겪었다.

그는 1955년 4월 동료들과 함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해 ‘동진회’라는 단체를 결성해 명예회복 운동을 시작해 나이가 90이 훌쩍 넘은 뒤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일본 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90이 넘은 나이에도 일본 국회에서 명예회복 법률을 제정해달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일본 국회 회기마다 입법은 좌절돼왔다. 그는 지난 2018년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집회에서 “1956년 스가모형무소에서 석방되었지만 형제도 아무도 없는 이국인 일본에 버려진 셈이었다. 동료 중에는 정신병에 걸려 자신이 일본에 있는 줄도 모르고 불꽃놀이를 함포사격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숨진 동료들 명예회복을 위한 입법을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입법 실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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