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던 2011년, 그해 7월 여자 월드컵 독일대회에서 우승해 일본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한 여자 축구 일본대표팀 감독과 선수 16명이 첫 주자로 후쿠시마현 축구시설 제이(J)빌리지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했다. 후쿠시마/연합뉴스
25일 오전 9시40분,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축구시설 제이(J)빌리지에서 도쿄올림픽의 출발을 알리는 성황 봉송이 시작됐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뗐다.
성화 봉송 첫 주자는, 동일본대지진 넉달 뒤인 2011년 7월 여자 월드컵 독일 대회에서 우승해 일본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한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나데시코 재팬’의 감독과 선수 16명이 맡았다. ‘나데시코’는 여자 축구팀의 애칭으로 패랭이꽃을 의미한다. 당시 감독이던 사사키 노리오는 “도쿄올림픽이 동일본 사람들에게 용기와 기운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벚꽃을 상징해 만든 성화를 들고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를 의식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참여하지 않은 채, 관중 없이 소규모로 진행됐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1년 동안 세계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성화는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일본과 세계인의 희망이 담긴 큰 빛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성화 봉송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오는 7월23일까지 121일 동안 진행된다. 약 1만명이 일본 전역을 달린다. 올해 118살로 세계 최고령 기네스 기록을 가진 다나카 가네 할머니도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성화 봉송에 참여할 예정이다. 1903년생인 다나카 할머니는 가족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성화 봉송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 중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별도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길에서 응원은 자제하고 마스크를 꼭 쓸 것을 요청했다. 성화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릴 경우 해당 장소에서 릴레이를 중단하고 다음 목적지로 옮기기로 했다.
올림픽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본 내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늘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73일 만에 긴급사태가 전면 해제된 지난 22일 하루 신규 감염자는 816명이었으나, 23일 1503명, 24일 1918명까지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국외 관중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올림픽 관계자, 국빈까지 입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60%는 여전히 코로나 확산 우려로 올림픽을 ‘중지 또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다, 성화 봉송 때문에 긴급사태를 해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개최된다. 성화 봉송이 시작되면 더는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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