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히로시 도쿄올림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P 연합뉴스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가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퇴했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지난달 사퇴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에 이어 또다시 도쿄올림픽에 악재가 발생했다.
도쿄올림픽 개·폐회식을 총괄하는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개회식에 출연할 예정인 유명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연출을 제안했다는 것이 주간지를 통해 알려진 직후다. 사사키 디렉터는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사키 디렉터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17일 온라인에 공개된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의 기사를 보면, 사사키 디렉터는 지난해 3월 개·폐회식을 담당하는 팀원들의 단체 채팅방에 일본의 인기 연예인 와타나베 나오미 이름 옆에 돼지 이모티콘을 붙여 변신시키자는 내용을 올렸다. 그는 ‘올림피그’라고 쓰고 뒤에 돼지코 이모티콘을 붙이기도 했다. 일본어 발음으로는 올림픽의 “픽”이 영어로 돼지를 표현하는 “피그”와 비슷하다. 사사키는 와타나베를 ‘올림피그’로 모욕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사죄문에서 “언어유희”였다고 해명했다. 사사키는 지난해 12월 총괄책임자가 됐고, 와타나베 비하 당시엔 올림픽 개·폐회식 연출기획팀 소속이었다. 사사키의 제안은 여성 팀원이 “외모를 그렇게 비유하는 것이 좋지 않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남성 팀원도 “굉장히 위험하다”고 반대하면서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모 비하의 대상이 된 와타나베는 일본에서 배우, 가수, 개그맨, 진행자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체중이 100㎏ 정도 된다. 와타나베는 소속사를 통한 공식 코멘트에서 “처음 들었던 연출과는 다른 이런 보도를 접하고 솔직히 놀랐다”며 “나 자신은 이 체형으로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각자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즐겁고 윤택한 세상이 되기를 마음으로부터 기원한다”고도 했다.
이 주간지는 “올림픽 최대 행사인 개막식 무대에서 일본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개막식 책임자가 여성 출연자를 차별적으로 다루는 제안을 한 것은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도 이날 도청 기자들과 만나 사사키 디렉터의 발언에 대해 “한마디로 대단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