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자이어 교수 논문에 대해, 같은 대학 역사 전공 교수들이 학문적 진실성부터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1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국제법경제리뷰>라는 학술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인 램자이어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 계약’이 제대로 된 근거 문헌 인용도 없이 작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한국사, 고든 교수는 일본 근대사가 주전공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제경제법리뷰> 편집자의 요청으로 램자이어 교수 논문을 검토했다며 “우리는 우선 위안부 시스템에 내포되고 실행됐던 식민주의 젠더의 큰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램자이어가 생략한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서 “하지만 우리는 (램자이어의) 논문에서 (논문에서 사용된) 증거와 논리를 살펴보면서, 논문의 학문적 진실성 문제에 먼저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램자이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심지어 일본 정부나 군이 지침으로 내려준 표본 계약서도 찾아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램자이어가 인용한 1938년 일본 내무성 문서가 있는데, 이 문서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위안소가 고용한 일본 여성용 표본 계약서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대상 계약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어떻게 램자이어가 읽지도 않은 (조선인 대상) 계약에 대해 그렇게 강한 표현을 써서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램자이어가 그의 주장의 핵심에 해당하는 “조선인 여성 계약과 관련한 제3자의 증언 또는 문서화된 기록 제시도 사실상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일하게 일본어로 번역된 위안소 근무자의 일기 관련 책이 인용됐는데, 이마저도 선택적으로 인용됐다고 짚었다. 역사적 사실과 모순되는 기술도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램자이어가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조선인 위안부는 6개월에서 1년 짧은 계약을 맺고 일했다”고 주장했는데, 인용을 보면 1937년에 작성됐다는 일본어로 쓰인 표본 계약서였다고 했다. 1937년은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전투를 벌이기 몇 년 전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조선인 여성 대상 계약 관련 증거나 관련 문헌 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가장 지독한 학문적 진실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두 교수는 <국제법경제리뷰>에 램자이어 논문 게재를 보류하고 조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라 철회시키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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