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다른 경쟁자와 격차도 벌어지는 등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포스트 아베’ 자리를 서서히 굳혀가는 모양새다. 올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24일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확산되는 반면, 경쟁자인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누가 적합한지 묻는 질문에 이시바 전 간사장은 31%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 2월(25%) 조사보다 6%포인트 상승했고, 2위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5%)과는 두배나 차이가 났다.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꼽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2월(6%)보다 2%포인트 빠진 4%에 머물렀다.
아베 총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수록 ‘정치적 맞수’인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지율은 오르고, 기시다 정조회장의 인기는 떨어지는 추세다. 자민당 안에서는 “이시바의 경우 아베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기시다는 아베 총리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986년부터 30년 넘게 중의원을 지내고 있는 거물 정치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실제 일본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악화된 한-일 관계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일 관계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하고, 야스쿠니신사도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하고,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독도에 대해선 아베 정권과 비슷한 태도다. 최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재일한국인 정치학자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등 한국 관련 책을 읽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총리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자민당 총재는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선출하고 있어
당내 지지 기반이 중요하다. 자민당에는 대표적으로 7개 파벌이 있는데, ‘이시바파’는 규모로 보면
여섯번째다. 이런 이유로 2012년,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게 번번이 졌다. 하지만 자민당 의원들도 중의원·참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여론의 지지율이 높은 총리가 필요한 만큼, 향후 이시바 전 간사장을 둘러싸고 당내 파벌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 해산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아베 총리가 자신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안에서도 “중의원 선거가 있을 수 있다”는 발언부터 “악재 속에 선거를 할 경우 자민당이 참패”라는 우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