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는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전역에서 입국하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2주간 ‘대기’를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기 요청’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격리 조처로,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관광객·유학생 등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5일 저녁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대책 본부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며 (일본)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일본인도 대상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 등에서 이미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고, 여객기가 도착하는 공항도 도쿄 인근 나리타공항과 오사카의 관문인 간사이공항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는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이 관광 목적 등으로 90일 이내 단기 체류하는 경우 일본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제도를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일시 정지한다는 방침도 한국 정부 당국자에게 이날 설명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한국 입국 금지 지역도 7일부터 경산, 영천, 칠곡, 의성, 성주, 군위, 안동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대구와 청도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해왔다.
일본 정부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강력한 입국 제한 조처 발표는 일본 국내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베 정부에 대한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에 대해 중증 환자 치료에 중점을 둔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기본 방침을 발표했다가 미온적 대처라는 비판이 일자 26일 대규모 행사 자제 요청, 27일 전국 초·중·고에 대해 한달여간 휴교 요청 등 강경 대책 방침으로 전환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서면서 일본 안팎에서 도쿄올림픽 연기나 취소론까지 나오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의 전례 없는 초강경 조처로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는 더욱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졌으며, 경제·사회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호주)도 코로나19에 따른 입국 금지 대상 국가로 중국과 이란 등에 이어 한국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5일 밤 9시(한국시각 저녁 7시)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도착 전 14일 동안 한국, 중국 본토, 이란에서 체류한 외국인은 영주권자를 제외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입국할 수 없다. 입국 금지 조처는 일주일간 적용되며 일주일 단위로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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