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 21일 신생 정당 레이와 신센구미의 비례대표 후보인 후나고 야스히코(왼쪽 두번째)의 당선이 확정되자, 야마모토 다로 당 대표(오른쪽)가 지지자들과 웃음을 짓고 있다. 후나고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후나고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기무라 에이코 후보자도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과 성소수자가 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역대 두번째로 낮은 저조한 투표율(48.80%) 속에서도, 장애인·성소수자·여성 등의 당선으로 의회 다양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전직 기타리스트 후나고 야스히코(61·레이와 신센구미)가 당선됐다. 일본 루게릭병협회는 현직 의원이 루게릭병에 걸려 은퇴한 적은 있지만, 이 병에 걸린 환자가 의회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함께 당선된 같은 당 소속 기무라 에이코(54) 역시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성소수자로는 최초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입헌민주당 소속 이시카와 다이가(가운데)의 거리 유세 당시 모습. 이시카와 다이가 트위터
중증 장애인인 두 사람이 이번 선거에서 의회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건, 당 대표 야마모토 다로(45)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평가다. 한국 영화 <역도산> 등에 출연하며 한국에도 이름을 알린 배우 출신 야마모토 대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반핵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입문해 한때 자유당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인물이다. 반핵·반전 메시지를 외치며 ‘반 아베’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그는 자유당이 국민민주당에 합류하자 지난 4월 ‘레이와 신센구미’를 창당했다. 비례대표 앞 순번을 두 중증장애인에게 내준 탓에 그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그의 후방 지원 덕분에 창당한 지 112일 밖에 안 된 레이와 신센구미는 장애인 이슈를 부각시키며 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일본 아키타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 현직 의원인 나카이즈미 마쓰지를 누르고 당선된 무소속 데라타 시즈카. 데라타 시즈카 트위터
또 이번 선거에선 최초로 성소수자임을 공개한 이시카와 다이가(45·입헌민주당)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당선되고, 선명한 이슈를 내걸고 적극적 선거 캠페인을 펼치며 여당 자민당 소속 거물급 정치인을 꺾은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신형 요격미사일 방어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아키타현에서 무소속 데라타 시즈카(40) 후보자가 여당 현직 의원인 나카이즈미 마쓰지를 누르고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사실상 ‘이지스 어쇼어 배치 찬반 투표’ 성격을 띤 아키타현 선거 승리를 위해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장관까지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교도통신>은 도쿄 주재 미 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여당 후보의 패배로 이지스 어쇼어의 일본 배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미야기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 중진 아이치 지로 전 재무성 부대신(차관)을 꺾은 라디오 아나운서 출신인 정치 신인 이시가키 노리코. 이시가키 노리코 트위터
라디오 아나운서 출신인 정치 신인 이시가키 노리코(45·입헌민주당) 후보자가 미야기현에서 여당 중진인 아이치 지로 전 재무성 부대신(차관)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핵심 피해 지역인 미야기현의 복구와 함께 ‘반핵’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현 정권의 폭주를 막지 않으면 일본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며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9조’(평화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선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며 당선됐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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