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가와사키시 시민들이 전날 무차별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놓은 꽃과 과자, 음료수가 보인다. 가와사키/AFP 연합뉴스
얌전하게만 보이던 사람이 왜 한순간에 돌변해 티 없이 맑은 아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걸까? 일본 가와사키에서 50대 남성이 등굣길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의 목숨을 빼앗고 17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계기로 ‘도리마’(거리의 살인마)라고 부르는 ‘묻지마 살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범인은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4㎞ 떨어진 곳에 사는 51살 남성이었다. 범인도 스스로 목숨을 버렸기에 정확한 동기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지만, 무차별적으로 약자들을 희생시킨 ‘도리마 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양손에 든 흉기로 불과 10초 만에 19명에게 난도질을 했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해치려 했다고 한다. 그의 가방에서는 흉기 2개가 더 발견됐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그가 80대 친척 부부와 함께 살았으며 이웃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중학교 때 담임 교사는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다. 주위에서 조금 놀림을 받는 유형의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도리마 살인’은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한 남성이 ‘보행자 천국’(차 없는 도로)으로 바뀐 대로로 트럭을 타고 돌진해 행인들을 친 뒤 차에서 내려 흉기를 마구 휘두른 사건으로 크게 사회 문제가 됐다. 당시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비정규직 회사원이었던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대상에 대해 “누구라도 좋았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경찰 집계를 인용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도리마 사건’이 해마다 4~14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런 사건의 근본 원인은 ‘절망’과 ‘고독’이라고 짚었다. 범죄심리학자 하세가와 히로카즈는 “범인들은 살아도 의미가 없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고 목숨을 끊으려 한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사회 탓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도 데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해자들을 면담해 보니 후회와 원망을 오랜 시간 축적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사회심리학자 우스이 마후미도 비슷한 진단을 했다. 그는 “인생의 최후에 많은 사람을 살해하면서, 자신을 바보로 취급해온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알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확대 자살’이라는 얘기다. 그는 죽어도 좋다는 게 ‘도리마 사건’ 가해자들의 태도이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절망감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한 특별한 대책은 마련하기 어렵다. 우스이는 다만 “고민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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