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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 “아버지는 중국 침략 일본군” 고백

등록 2019-05-10 16:32수정 2019-05-10 16:54

“아버지 소속 부대, 중국 포로 참수”
“어린 마음에 강렬한 낙인 찍혀…
한방울의 빗물에도 역사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제공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제공
“군도에 사람 목이 떨어져나가는 장면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한 낙인으로 찍혔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무라카미 하루키(70)가 아버지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군인이었다는 이야기를 공개했다. <분게이쥬>(문예춘추) 6월호에 기고한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들’이라는 29쪽짜리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서다.

하루키는 아버지가 중일전쟁 당시인 1938년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자신이 소속된 부대가 중국군 포로를 처형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적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후 2차례 더 군에 소집됐으며, 전후에는 교사로 재직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전쟁 체험에 대해 “아무리 불쾌하고 눈을 돌리고 싶은 것이 있다 해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했다.

에세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린 일을 기억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고양이를 버리고 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고양이가 집에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역사와 과거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광대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수많은 빗방울 중 이름 없는 한 방울이다. 한 방울의 빗물에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 한 방울의 빗물에도 역사가 있고, 이를 이어받은 한 방울의 빗물의 책무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작가가 된 이후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욱 굴절돼 20년 이상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다며, 아버지가 90살을 일기로 별세한 2008년에 “화해와 비슷한 것”을 했다고 적었다.

하루키는 전에도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작품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2017년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의 대화 장면에서 1937년 벌어진 난징대학살에 대해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는 표현이 나온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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