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해병대와 일본 육상·해상자위대 병력이 미국과 괌 인근에서 지난 1일부터 대규모 합동상륙훈련에 돌입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1~11일 괌과 티니안 섬 인근에서 미·일 연합훈련(Keen Sword)의 하나로 해군과 해병대원을 주축으로 한 미군과 자위대 병력이 참가하는 합동상륙훈련을 처음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오키나와 중부 동쪽 해안의 우키바루섬 인근 해역. 해상자위대의 대형 운송헬기 CH-47 치누크가 해면을 스치듯 저공비행을 시작하자,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 공군으로 구성된 12명의 대원이 헬기에서 바다를 향해 차례로 뛰어내렸다. 양국 대원들은 적에게 격추당한 채 바다에서 표류하던 미군 전투기 파일럿 역할을 맡은 인형에 접근해 헬기에서 떨어뜨린 고무보트 위로 끌어 올렸다.
이번 훈련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음을 뜻하는 ‘한반도 유사사태’에서 생각하면, 미군 전투기가 북한의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돼 파일럿이 동해 공해상에서 구조를 요청했을 때 미·일 양국이 공동구조를 한다는 뜻이 된다. 일본 언론들은 8일 “규모를 더 키운 훈련이 9일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훈련은 “미국이 타국과 교전상태에 빠져 일본에 중요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중요영향사태’가 발생했음”을 가정해 이뤄진 첫 군사연습이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 동맹’이었던 미-일 동맹이 본격적인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일본 안보 관련법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주변사태법’이 ‘중요영향사태법’으로 개정됐다는 데 있다. 이 법 개정으로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지원할 수 있는 지역적 범위가 기존의 ‘일본 주변지역’에서 ‘전 세계’로 확장됐고, 그동안 불가능했던 ‘탄약 보급’과 ‘발진 준비중인 전투기 급유’ 등도 가능해졌다. 또 이전에는 자위대가 한반도나 대만 등 일본 인근지역의 유사사태에서만 미군을 후방지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동이나 남중국해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미군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미·일의 군사적 일체화를 강화하는 이런 훈련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일 양국 모두에 거부감이 적은 ‘구조 훈련’에서 시작돼 최종적으로는 내년 1월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되는 미 해병대의 F-35B를 일본의 경항모인 이즈모 등에서 운용하는 형태까지 발전해 갈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앞으로 일본이 (지난 3월 시행된 안보 관련법 핵심내용인) 집단적 자위권을 실제로 행사하게 되는 것을 가정한 훈련도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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