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구니오 일본 교가미사키 시의원 인터뷰
다나카 구니오(64·사진)는 2014년 말 본격 가동된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용 엑스밴드(X-band) 레이더(AN/TPY-2)가 설치된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의 시의원이다. 일본공산당 소속 지방의원으로 레이더 설치에 반대해 온 그에게 2013년 12월 설치된 레이더가 지역 사회에 몰고 온 여러 변화에 대해 물었다.
-일본에선 어떻게 레이더 배치가 결정됐나.
“2013년 2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배치 계획이 발표됐다. 아무런 사전 상의도 없었다. 현지에선 모두 ‘이게 대체 뭐냐’는 반응이었다. 모두 불안해 했다. 2014년 3월 과반수 넘는 시민들의 서명(6854명)을 모아 시장에게 제출도 했다.”
-정부 뜻을 꺾진 못했다.
“정부에선 ‘이 레이더가 일본 국익을 위한 것이다, 안보에 기여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우리는 레이더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 위험성, 미군이나 군무원(군속)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공방이 지자체가 (레이더 설치를) 정식 수용하기로 결정하는 9월까지 계속됐다. 정부는 미국 앞에선 엉거주춤한 태도였다. 우리가 국회에 가서 방위 담당 관료를 불러 협상했지만 ‘미국의 신뢰를 잃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난 이 레이더가 미국을 위한 것이지, 일본 방어를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레이더 뒤쪽에 다케산이 있다. 그 위에 자위대의 레이더(FPS-3)가 설치돼 있다. 그동안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는데, 입장이 변한 것이다.”
-지역 차원에선 어떤 검증을 했나.
“시 의회에서 2013년 3월 기지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2006년 6월 똑같은 레이더가 설치된 아오모리현 샤리키 지역을 둘러봤다. 그쪽 레이더는 민가에서 3~4㎞ 떨어진 곳에 있고, 방풍림 등이 중간에 있어 주민에 대한 전자파나 소음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여긴 200m 정도에 민가가 붙어 있다. 입지 조건이 너무 달랐다.”
-처음엔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았는데.
“처음엔 소음이 너무 커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모유를 먹이는 엄마가 젖이 안 나오는 등의 건강 피해가 있었다. 4개월 정도 이어졌다. 2015년 2월 발전기에 머플러를 달고 (소음은) 좀 나아졌다. 정부가 기지재편교부금(30억엔), 민생안정 사업 등을 통해 주민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불합리한 게 있어도 웬만해선 불만을 꺼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전자파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려면, 레이더의 성능과 관련된 구체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군사기밀이다. 레이더의 건강 피해에 대해선 과학자들 사이에서 여러 견해가 있다. 엑스밴드 레이더를 만드는 과정에서 레이더가 발생하는 열로 인해 작업원들이 백내장이 걸리거나 하는 피해는 보고돼 있다. 전자파나 소음 피해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본인이 이상을 느껴도 (이를 레이더 탓이라) 말하기 힘들다.”
-한국 성주에선 바다를 향한 일본과 달리 400m 산 위에서 (비록 높은 곳이라 하지만) 레이더가 사람이 사는 읍내 쪽 방향을 향한다.
“그런가? 심한 일이다.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정해 놓고 하는 일이니. (잠시 침묵) 인체 실험을 할 수도 없고…. 그 앞에선 사람이 살고 싶은 기분이 안 들 것이다. 군사 대 군사로 상호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것은 동북아시아 평화에 좋지 않다. 억지력으로 평화는 유지할 수 없다. (일본에선) 평화나 지위협정의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는 지역에 기지가 만들어졌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뭘 한다면 참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교탄고(교토)/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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