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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사과는 아니다”…케리, 히로시마 피폭 위령비 헌화

등록 2016-04-11 20:23수정 2016-04-11 20:58

‘다독이는’ 미 국무-일 외상 1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이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안에 건립된 ‘원폭사몰자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 4번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그 옆)이 서로의 등 뒤에 손을 얹고 다독이고 있다.  히로시마/EPA 연합뉴스
‘다독이는’ 미 국무-일 외상 1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이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안에 건립된 ‘원폭사몰자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 4번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그 옆)이 서로의 등 뒤에 손을 얹고 다독이고 있다. 히로시마/EPA 연합뉴스
미국 현직 국무장관으로선
원폭투하 71년만에 첫 방문
허리 편 채 비극적 사건 애도

‘원폭피해자’ 의식 강한 일본 쪽
5월 오바마 참배 성사에 공들여

주요 7개국 외무장관들
‘북 핵실험 비난’ 선언문 채택
11일 오전 11시40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안에 건립된 ‘원폭사몰자위령비’ 앞으로 걸어 나왔다.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800여명의 일본인이 7개국의 국기를 흔들며 이들을 맞았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실황 중계를 통해 “71년 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의 현직 국무장관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위령비 앞에 일렬횡대로 늘어선 외무장관들은 비 앞에 놓인 거치대에 흰색 화환을 놓아 헌화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헌화 직후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오른편에 선 케리 장관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었다. 이들이 헌화한 위령비(1952년 건립)엔 “편안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과오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비문에 대해선 ‘과오’를 저지른 주체가, 일본인지 미국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일본 안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해 강한 ‘피해자 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은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참배를 오랫동안 염원해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 외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일본은 기시다 외상의 고향인 히로시마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여는 방식으로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행을 유도했고, 5월 말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7개국 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문까지 실현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아직 공식 결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2009년 11월 첫 방일 때 “히로시마 방문은 명예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당분간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행이 성사된 것은 이번 방문을 ‘사과’와 연결짓지 않겠다는 미-일 양국의 사전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관리는 “케리 장관이 사과하러 온 것이냐면 대답은 ‘아니다’(No).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모든 미국인과 일본인이 슬퍼한다고 케리 장관이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Yes)”고 말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방문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원폭 자료관을 방문한 첫 국무장관이 됐다는 데 긍지를 느낀다”고 적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참배 직후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원폭 돔(1945년 8월6일 상공에서 원폭이 터진 장소)까지 견학을 하자고 제안했다. 또 방명록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기념관의 힘을 보고 느껴야 한다. 그것은 핵무기의 위협을 끝내야 한다는 우리의 의무를 냉혹하고, 혹독하고, 강렬히 상기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우리의 노력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것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한편, 7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외무장관 회의 뒤 발표한 히로시마 선언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에 대해 가장 강한 표현을 사용해 비난한다. 우리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실현한다는 우리의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한다”며 북한의 핵실험 등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도쿄 워싱턴/길윤형 이용인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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