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자위대 뒤에 대조영함…미 이지스함이 뒤따라

등록 2015-10-18 19:33수정 2015-10-18 22:25

18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 도중 일 자위대 함선들이 지나간 뒤 한국의 대조영함(왼쪽)과 미국의 이지스함 두 척이 뒤따르고 있다. 사가미만/AFP 연합뉴스
18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 도중 일 자위대 함선들이 지나간 뒤 한국의 대조영함(왼쪽)과 미국의 이지스함 두 척이 뒤따르고 있다. 사가미만/AFP 연합뉴스
현장 일본 자위대 관함식 열리던 날
“미테, 간코쿠노 후네다.”(봐, 한국의 배다.)

18일 아침 7시, 일본 자위대의 관함식이 열리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지방총감부. 행사 참석을 위해 기지로 모여든 일본 관람객들의 인파에 섞여 탑승 예정 함선인 무라사메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부두에 도착하자 앞서 걷고 있던 일본 기자들이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이지스함 기리시마의 맞은편에 한국의 구축함 대조영함이 회색빛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조영함의 꼭대기엔 관함식 참석을 기념하려는 듯 한·일 양국의 국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고, 갑판 둘레에 늘어선 검은 제복을 입은 젊은 수병들이 일본 관람객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국 해군이 일본의 관함식에 함선을 파견한 것은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지정(2005년) 등으로 한-일 독도 갈등이 발생하기 전인 2002년에 이은 13년 만이다.

안보법 강행 뒤 첫 행사 주목
최첨단 34척 배치·항공전력 과시
아베, 미 핵항모 첫 탑승

한국 함대 13년만에 첫 파견
대조영함에 한-일 국기 걸려
호주 등 남중국해 주변국도 참여

대조영함
대조영함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이번 관함식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9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관련 법을 통과시킨 뒤 처음으로 열린 군사행사였기 때문이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일본이 앞으로 추구해 갈 방위정책의 큰 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부~웅!”

취재진을 태운 무라사메는 아침 8시께 커다란 경적을 울리며 요코스카 본항을 빠져나왔다. 함선은 두시간여를 달려 도쿄만의 들머리인 우라가 수도를 지나 미우라 반도에서 서진해 관함식이 열리는 사가미만에 도착했다. 아침 내내 흐리던 하늘도 화창하게 개기 시작했다.

행사는 오전 11시 아베 총리가 헬기를 통해 관열함(사열함)인 구라마에 탑승하며 시작됐다. ‘관열함대’의 제일 선두에 무라사메가 서고 그 뒤를 관열함 구라마와 우라가 등 7개 함선이 줄을 이었다. 이 관열함대를 향해 일본의 신형 이지스함 아타고가 이끄는 일본의 최첨단 함선들이 7개로 무리를 나눠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의 대조영함은 자위대 함선의 제일 후미에 편성된 6척의 외국 함선 가운데 4번째에 배치됐다. 대조영함 뒤엔 지난 6월 요코스카에 새로 배치된 미국의 이지스함 챈슬러즈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조영함에 탄 한국 수병들이 아베 총리가 탄 구라마 앞을 지나가면서 일제히 거수경례를 올렸다. 자위대는 이날 행사에 경항모 이즈모 등 36척의 함선과 F-2, F-15J 등 최첨단 항공 전력을 선보였다.

일본이 특히 강조한 것은 전세계로 활동 범위가 늘어난 미-일 동맹의 대잠수함 초계 능력이었다. 이날 항공기 관열 편대의 선두에 선 것은 일본이 자랑하는 대잠 초계기 P-1이었고, 그 뒤로 대잠 헬기 SH-60J/K, 일본의 주력 초계기 P-3C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 행렬의 후미에 미 해군의 최신 초계기 P-8A(포세이돈)와 미 해병대의 신형 수송기 MV-22(오스프리)를 배치해, 자위대의 전력을 격려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P-3C는 이어진 해상훈련에선 바닷속의 잠수함을 잡기 위한 대잠 폭탄을 떨어뜨리는 시범도 보였다.

미·일 양국이 이런 모습을 선보인 것은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된 미-일 동맹의 당면 안보과제가 중국 잠수함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일본에 중국 잠수함 부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남중국해에 대한 정찰 활동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어 미국 최신예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 탑승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미 항모에 직접 탑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달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새로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호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환영한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더 이상 혼자서 대응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관함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사가미만 주변 해역에 머물며 행사를 지켜봤다.

이날 관함식엔 미·일과 함께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도 참석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주변국들이 공조를 과시한 셈이다. 한국 해군이 이번 행사에 함선을 파견했다는 것은 한국군이 한·미·일 삼각 동맹의 흐름 속으로 점점 깊이 빨려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읽힌다.

사가미만(가나가와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