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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역사교과서 틀어쥔 일본 정부의 폭주

등록 2014-01-12 19:59수정 2014-01-13 15:33

문부성, “독도는 일본땅” 쓰도록 ‘학습 해설서’ 개정
센카쿠도 포함…검정이지만 출판사들 무시 못해
일본 정부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일본 중·고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기술하도록 했다. 교육부 안에 편수(편집과 수정)를 담당하는 조직을 부활시키겠다는 한국 정부의 최근 조처와 맞물려 한·일 양국 모두에서 교과서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집필 기준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이하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문부성이 학습지도요령과 그 해설서를 개정하면, 출판사들은 새 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해야 한다. 모든 일본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기술을 의무화한 셈이다. 적용 대상은 2016년부터 사용되는 중학교 역사·공민, 고등학교의 지리·일본사 등으로 정해졌다. 해설서는 상위기준인 학습지도요령과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교과서 집필 뒤 문부성의 검정을 받아야 하는 출판사들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해설서 개정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재집권 이후 이어지고 있는 교육 우경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아베 총리는 집권 1기 때인 2006년 애국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했고, 5년 만에 재집권한 이후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는 2012년 11월 <중간보고서>에서 ‘일본의 전통문화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며, 학습지도요령의 표현을 국가가 상세히 정해 교과서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독도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현행 해설서에는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 등 당면 영토문제에 대한 (중략) 이해를 깊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북방영토 문제는 반드시 기술해야 하지만, 독도와 관련한 내용을 다룰지는 집필자들의 자율에 맡긴 셈이다. 현재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60종 가운데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한 것은 60%를 조금 넘는 37종에 불과했다. 이번 개정에 대해, 일본의 교과서 운동단체인 ‘아이들과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교과서넷)은 “학습지도요령의 상세화는 사실상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 외교부는 12일 고바야시 겐이치 주한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가 즉각 이번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일본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주입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역사인식과 한-일 간 갈등을 후세에 물려주겠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통제는 집필 단계를 넘어 검정이나 채택 단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달 20일 역사나 영토 문제를 다룰 땐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중심으로 기술하도록 ‘교과서 검정기준’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 기준을 따르지 않은 교과서는 문부성의 검정 과정에서 ‘수정 명령’을 받게 된다. 또 자민당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교과서 채택 제도의 실태를 검정하겠다”며 시민단체의 불채택 운동 등에도 간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김규원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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