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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민주 의원들 야스쿠니 방문 시도와 일 우익의 미소

등록 2013-08-15 20:40수정 2013-08-15 22:29

정남구 특파원
정남구 특파원
현장에서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과 이용득 최고위원이 8월14일 일본 도쿄에 왔다. 15일에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과거사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이 큰 관심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15일 아침 8시 야스쿠니신사 앞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들이 야스쿠니신사로 가는 것은 끝내 막았다. 이해할 만하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이들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었다. 그냥 뒀다면 필시 험한 일이 벌어졌을 테고, 불필요한 외교 문제로 번졌을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야스쿠니신사로 가는 길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손팻말을 들고 거리연설을 했다. 그러다가 일본 경찰에 강제로 떠밀려 차에 실렸다. 어디에 갖고 있던 것인지 이 의원이 태극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채 펼치지도 못하고 차문은 닫혔다. 카메라에 담긴 그 장면을 사진으로 보며, 역시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항일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그렇더라도 지금 한국이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이고, 이 의원이 독립운동하는 방식으로 일본에 맞서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는가 하는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야스쿠니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이다. 일본의 우익들은 이곳을 성지로 여긴다. 유력 정치인의 공식 참배를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는 이유다. 그러나 8월15일에 이곳에 모신 조상을 찾는 일본의 보통사람들에겐 국립묘지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들에겐 이날이 종전일이라기보다 돌아가신 선조를 제사 지내는 때인 ‘오봉’의 마지막 날이다. 조용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은 날이다. 진보적인 매체에서 일하는 한 일본인 기자는 “한국 의원들의 행동을 보고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박수칠 일본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의원들의 행동도 일종의 외교인데,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의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외국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꼽는 사람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혼내주겠다며 독도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일이 반한감정에 불을 붙이고 일본 보수세력에 큰 정치적 이득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엊그제 독도에 갔다. 이 대통령은 국내 지지율이라도 올랐지만, 김 대표나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랐는지는 의문이다. 요즘은 반일이라면 뭐든 허용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한다며 한 행동이 오히려 일본의 보수·우파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면,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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