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주쿠 근처에서 노숙하고 있는 일본인. 사진 김도형 기자
6명중 1명이 빈곤층…OECD 34개국 중 6번째
중산층 1억명 ‘옛말’…양극화의 늪에서 ‘허우적’
중산층 1억명 ‘옛말’…양극화의 늪에서 ‘허우적’
지난해 12월 말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도심 신주쿠 역 주변. 1년만에 신주쿠를 찾았지만 하루 300만명의 유동인구라는 도심의 번화함과 번잡함은 변함이 없다. 어둠이 깃들면 거리 곳곳의 네온사인이 어둠을 밝히고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일본 대표적인 유곽인 가부키쵸도 장기불황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흥청댄다. 그러나 기자의 눈길을 끈, 변함없는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다. 신주쿠 거리 곳곳의 노숙자들. 피해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눈에 자주 띄었다. 보이지 않는 뒷골목에 보금자리를 편 사람은 물론 아예 도로에 골판지로 사각집을 지어놓고 풍찬노숙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어떤 공산주의 국가보다 평등사회였던 일본을 근본부터 뒤흔들어놓은 격차사회가 점점 더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한때 ‘1억총중류’(중산층 1억명)를 구가했던 일본사회가 예외없이 양극화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음은 객관적 수치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1억총중류는 옛말…상대적 빈곤율 OECD 국가중 6위
일본은 가처분소득 중앙치에 미달하는 국민의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빈곤율’의 2010년 조사결과 16.0%로 나타났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일본 국민 6명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이야기이다. 3년전 조사 때보다 0.3% 포인트 높아져 최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 2000년대 후반 조사 결과을 비교해보면 일본은 가맹 34개국 가운데 멕시코 이스라엘 칠레 미국 터키에 이어 6번째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국가이다.
일본이 이렇듯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나라로 변화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라는 게 일본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당시 집권세력인 자민당 정권은 버블붕괴 이후 장기불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제조업에까지 파견노동자를 허용하는 등 비정규직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을 새로 만들고 부유층에 대한 대대적 감세정책을 편 결과 기업의 수익은 대폭 확대된 반면, 노동자의 수입은 줄어들어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경제소득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재무성의 ‘법인기업통계조사’를 보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기업의 경상이익은 28조원에서 53조엔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종업원 급여는 147조엔에서 125조엔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2001년~2006년)은 역대 여느 자민당정권보다 일본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경제정책면에서는 경제격차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 5년 동안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편 결과 정규직 고용은 190만명 줄고, 비정규 고용은 330만명 증가해 전체 고용형태중 비정규직 비율이 3분의 1이 넘어섰다. ■ 엄청난 재정적자와 소득격차 해소라는 이중과제 안은 민주당 정권 민주당은 2009년 8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아동수당 지급 등 직접적인 소득보전 정책을 들고나와 ‘자민당 55년체제’를 붕괴시키고 집권에 성공했으나 1000조엔이 넘는 엄청난 국가부채로 이미 아동수당 지급 공약은 지킬수 없다고 선언했다. 일본 국가부채 규모는 내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230%를 육박할 정도로 유럽 재정위기를 유발한 그리스(167%), 이탈리아(123%)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태이다. 물론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95%를 은행, 보험, 회사 등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 국채를 내다 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재정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스나 이탈리아보다는 훨씬 낮기는 하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민주당으로서는 국가재정 건전화를 실행하면서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난한’ 이중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일본을 휩쓴 미증유의 3·11 대지진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재앙을 맞아 천문학적인 복구비용 마련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 소비세·부자 증세 카드 약발 받을까? 이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인기없는 소비세 인상카드(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까지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인상)를 꺼내들었지만 그것은 정권의 운명을 단축할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실행가능성이 의문시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권이 빼든 또다른 카드는 부자증세이다. 그러나 부자증세 세율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많아 양극화 해소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진보매체인 <도쿄신문>은 지난 5일 정부여당이 지난해말 내놓은 세제개혁안에 대해 “소비자단체 등은 부유층 증세안은 ‘불충분한 내용’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은 20여년간 국제경쟁력과 시장활력을 중시하는 경제단체 등의 목소리에 따라 소비세를 비롯해 기업 및 부유증 우대정책을 취해왔다. 대부호에 가장 우호적인 정책은 증권우대세이다. 주식 배당과 주식매매시 양도이익 등은 다른 소득과는 다른 대우를 해왔다는 것이다. 세율은 소득세 7%, 주민세 3% 등 합계 10%이다. 애초 20%였으나 고이즈미 정권 때인 2003년도에 시작된 증권우대 세제 조처로 10%로 인하된 이후 적용기한이 여러차례 연장돼 왔다. 현재 통상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이지만 부유층은 금융자산 소득이 많기 때문에 이 우대세제에 따라 최고 소득층의 세부담은 낮아지게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 재무성이 정부 세제조사회에 제출한 ‘2008년분 신고납세자 소득세율부담’에 따르면 통상소득과 유가증권관계 등의 합계소득에 대한 소득세 비율(소득세 부담율)은 연수 800만~1천만 계층은 10.6%, 5천만~1억엔은 28.3%가 최고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보다 소득이 많은 계층의 부담율은 오히려 낮다. 50억~100억엔의 대부호는 13.5%이다. 이 계층은 소득 가운데 주식 등의 양도소득 비율이 90%로 매우 높기 때문에 소득세 부담율이 낮아지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개혁안은 이런 증권우대세제를 2013년말 폐지하겠다고 명기하고 있다. 소득세율 인하조처도 그동안 부유층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소득세 세율은 과세소득이 많아짐에 따라 높아지는 누진세율이다. 1986년 세율이 다른 과세소득 계층이 15개로 세분화돼 소득이 8천만원을 넘는 부분은 70%의 최고세율이 과세됐다. 그뒤 단계적으로 누진세율이 낮아져 소득 1800만엔이 넘는 계층의 최고세율이 40%로 일률화됐다.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세율 40% 계층의 대상과세자수는 약 30만명으로 세수가 약 1조4천억엔 정도이다. 세율을 1% 높이면 약 360억엔의 증세로 이어진다고 한다. 세율을 10% 높이면 단순계산으로 3600억엔의 증세이다. 그러나 개혁안에서는 “과세소득 5천만엔을 넘는 세율을 2015년부터 45%로 한다”고 변경하는 데 그쳤다. 이 최고세율 대상도 약 3만명에 그쳤다. 소비자 단체 등은 “이 정도 인상으로는 고액소득자 부담을 늘린다는 시늉에 그칠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쿄신문>은 “소득세는 누진세율을 높이면 부유층의 부담이 늘어나 격차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2001년~2006년)은 역대 여느 자민당정권보다 일본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경제정책면에서는 경제격차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 5년 동안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편 결과 정규직 고용은 190만명 줄고, 비정규 고용은 330만명 증가해 전체 고용형태중 비정규직 비율이 3분의 1이 넘어섰다. ■ 엄청난 재정적자와 소득격차 해소라는 이중과제 안은 민주당 정권 민주당은 2009년 8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아동수당 지급 등 직접적인 소득보전 정책을 들고나와 ‘자민당 55년체제’를 붕괴시키고 집권에 성공했으나 1000조엔이 넘는 엄청난 국가부채로 이미 아동수당 지급 공약은 지킬수 없다고 선언했다. 일본 국가부채 규모는 내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230%를 육박할 정도로 유럽 재정위기를 유발한 그리스(167%), 이탈리아(123%)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태이다. 물론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95%를 은행, 보험, 회사 등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 국채를 내다 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재정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스나 이탈리아보다는 훨씬 낮기는 하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민주당으로서는 국가재정 건전화를 실행하면서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난한’ 이중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일본을 휩쓴 미증유의 3·11 대지진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재앙을 맞아 천문학적인 복구비용 마련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 소비세·부자 증세 카드 약발 받을까? 이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인기없는 소비세 인상카드(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까지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인상)를 꺼내들었지만 그것은 정권의 운명을 단축할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실행가능성이 의문시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권이 빼든 또다른 카드는 부자증세이다. 그러나 부자증세 세율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많아 양극화 해소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진보매체인 <도쿄신문>은 지난 5일 정부여당이 지난해말 내놓은 세제개혁안에 대해 “소비자단체 등은 부유층 증세안은 ‘불충분한 내용’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은 20여년간 국제경쟁력과 시장활력을 중시하는 경제단체 등의 목소리에 따라 소비세를 비롯해 기업 및 부유증 우대정책을 취해왔다. 대부호에 가장 우호적인 정책은 증권우대세이다. 주식 배당과 주식매매시 양도이익 등은 다른 소득과는 다른 대우를 해왔다는 것이다. 세율은 소득세 7%, 주민세 3% 등 합계 10%이다. 애초 20%였으나 고이즈미 정권 때인 2003년도에 시작된 증권우대 세제 조처로 10%로 인하된 이후 적용기한이 여러차례 연장돼 왔다. 현재 통상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이지만 부유층은 금융자산 소득이 많기 때문에 이 우대세제에 따라 최고 소득층의 세부담은 낮아지게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 재무성이 정부 세제조사회에 제출한 ‘2008년분 신고납세자 소득세율부담’에 따르면 통상소득과 유가증권관계 등의 합계소득에 대한 소득세 비율(소득세 부담율)은 연수 800만~1천만 계층은 10.6%, 5천만~1억엔은 28.3%가 최고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보다 소득이 많은 계층의 부담율은 오히려 낮다. 50억~100억엔의 대부호는 13.5%이다. 이 계층은 소득 가운데 주식 등의 양도소득 비율이 90%로 매우 높기 때문에 소득세 부담율이 낮아지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개혁안은 이런 증권우대세제를 2013년말 폐지하겠다고 명기하고 있다. 소득세율 인하조처도 그동안 부유층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소득세 세율은 과세소득이 많아짐에 따라 높아지는 누진세율이다. 1986년 세율이 다른 과세소득 계층이 15개로 세분화돼 소득이 8천만원을 넘는 부분은 70%의 최고세율이 과세됐다. 그뒤 단계적으로 누진세율이 낮아져 소득 1800만엔이 넘는 계층의 최고세율이 40%로 일률화됐다.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세율 40% 계층의 대상과세자수는 약 30만명으로 세수가 약 1조4천억엔 정도이다. 세율을 1% 높이면 약 360억엔의 증세로 이어진다고 한다. 세율을 10% 높이면 단순계산으로 3600억엔의 증세이다. 그러나 개혁안에서는 “과세소득 5천만엔을 넘는 세율을 2015년부터 45%로 한다”고 변경하는 데 그쳤다. 이 최고세율 대상도 약 3만명에 그쳤다. 소비자 단체 등은 “이 정도 인상으로는 고액소득자 부담을 늘린다는 시늉에 그칠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쿄신문>은 “소득세는 누진세율을 높이면 부유층의 부담이 늘어나 격차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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