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찰 엔랴쿠지가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에 반기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한 사찰이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에 반기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천태종 총본산인 엔랴쿠지(오쓰시 소재)는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이자 국가폭력단으로 지정된 야마구치구미에 대해 사찰 안에 안치된 역대 조장(두목)의 위패에 대한 참배를 삼가도록 의견을 전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조장들의 가족들은 이를 수용해 참배를 단념하기로 했으며, 야마구치구미도 사찰 쪽의 뜻을 수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엔랴쿠지에 따르면 조장들의 위패는 초대~4대의 것으로 법당 안에 안치돼 있다. 2006년 4월 야마구치구미 산하의 직계 조장들 약 90명이 모여서 열린 법요식 때, 사찰 쪽은 영구 공양을 부탁받았다고 한다. 관할 시가현경찰청은 분향료로 수천만엔을 야마구치구미 쪽으로부터 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찰 쪽은 법요식을 수용한 것에 대해 “경솔한 행위” 등 비판을 받고 다음달인 5월 사찰의 집행부 7명이 모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 뒤 “개인의 참패까지 거절하는 것은 어렵다”며 야마구치구미 쪽의 연락을 받고 친족의 참배는 수용해왔다.
그러나 그뒤에도 친족이 아닌 조직 관계자의 참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찰은 야마구치구미가 주도한 법요식이 정례화할 것을 우려해 이들을 배제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한 끝에 올 5월 가족을 포함해 관계자의 참배를 일체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6월 하순 조직 쪽에 문서로 결정내용을 전달했다. 조직은 지난 7월 상순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문서로 전달했다.
엔랴쿠지 쪽은 위패 처리 문제에 대해 “종교상 반환은 허용될 수 없다”며 안치를 계속하겠다는 의향을 비치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폭력단 배제에 대해 성실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찰의 야쿠자 조직 관계 끊기는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 오랫동안 야쿠자 조직 간부와 친분을 쌓아온 사실이 드러나 연예계를 자의반 타의반 은퇴한 뒤 생긴 일본 사회 전체의 반야쿠자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전국에서 폭력단배제 조례가 시행되면서 천태종이 가맹하고 있는 일본 불교회는 다음달 1일 이사회에서 폭력단 배제에 노력할 것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일본국가종교인 신도본청도 이달 “폭력단의 단체 이름으로 기도기원 행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다루도록 유의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47개 도도부현의 신사청에 송부했다. 이에 따라 효고현 신사청은 지난 17일 임원회의에서 야쿠자 조직의 집단참배 신청 거절을 확인했다. 다만,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서 조직원의 참배는 금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부 신사청도 조만간 약 600개의 가맹신사에 대해 야쿠자 조직과 관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인하는 문서를 보낼 계획이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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