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0㎞ 부근서 홀로 지내
AP통신 취재진에 발견돼
AP통신 취재진에 발견돼
“지진·쓰나미 이후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다.”
70대 노인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쓰나미 사태 한 달이 되도록 구조받지 못한 채 ‘유령마을’에 혼자 내버려져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역 경찰이 방사선 누출 오염을 우려해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에선 생존자 수색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를 발견한 건 <에이피>(AP) 통신 취재진이었다. <에이피> 취재진은 지난 8일 대피령이 내려진 후쿠시마 원전 주변 20㎞ 안에 위치한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오다카마치에서 시가 구니오(75)를 발견했다. 주변은 온통 진흙과 각종 잔해로 엉망진창이었지만, 1차선 도로 끝에 있는 그의 2층집은 비교적 온전한 모양새였다.
자신의 집에서 한 달 동안 홀로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와 싸우다 취재진을 만난 그의 얼굴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이었다. 그는 “(당시) 쓰나미가 집 문턱까지 밀려왔다”며 “같이 있던 아내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둡고 추운 집 안에서 건전지로 돌아가는 라디오를 듣는 것뿐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대피령이 내려진 사실도 알았지만 엄청난 잔해로 둘러싸인 집 주변을 벗어날 방도가 없었다. 걷기가 힘들어 걸어서 멀리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자동차는 진창에 빠져 있었다.
전기와 물은 끊겨 밥을 지을 형편도 못 됐고, 그나마 먹을 것도 바닥난 상태였다. 그는 취재진이 건네준 1ℓ짜리 물과 에너지 바 한 팩을 고맙게 받아들었고, 이후 <에이피> 취재진의 도움으로 경찰에 인계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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