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신학기를 맞은 일본의 초·중학교가 지진 휴유증 탓에 불안에 떨며 양호실로 뛰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대지진 피해를 직접 입지 않은 일본 수도권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두려움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수도권 지역 초·중학교 학생들이 “지진과 방사능이 무섭다”, “잠이 안온다”며 불안을 호소하기도 하고 교실에서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안 심리는 학생들이 피해 지역 상황을 전하는 텔레비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부모가 가정에서 불안한 말이나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학기 학교 양호실에는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계속 흔들리고 있는것 같아 기분 나쁘다”며 학생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수업 중에 지진이 발생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많았다.
“언제나 대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방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 도쿄도에 있는 한 구립 중학교에서는 14일, 2학년 여학생이 가방을 꼭 껴안고, 울면서 양호실로 찾아 왔다. 이 학생은 양호교사에게 “지진 피해를 전하는 텔레비전을 계속 보면 무서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이 발생하자 요코하마에 있는 시립 학교는 지진이 발생했을때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결석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한 시립 중학교는 5일 동안 1, 2학년 학생 10명 이상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 등교한 2학년 남학생도 양호교사에게 “잠을 잘 못자서 컨디션이 나쁘다”며 “이렇게 힘든 시기에 수업 따위가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학교 양호교사는 “이 학생의 어머니가 방사능 오염 등의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침울해져, 이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와사키시의 한 시립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우리집도 틀림없이 망가져 버릴거야”, “이번에는 동해 지진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말을 매일 입버릇처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와사키시는 대지진 후 학교급식을 중단하고 오전 수업만 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생활 리듬의 변화도 아동의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사들은 “가정에서 학부모가 여진이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소문에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정확한 정보를 얻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 전화인 ‘차일드 라인’ 지원 센터의 오타 쿠미 상무이사는 “지진 후 서일본에서도 ‘나도 지진을 당할지 몰라’, ‘재해 지역 티브이 방송을 보면 불안하다’는 상담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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