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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5중 벽’은 왜 뚫렸나

등록 2011-03-31 15:45수정 2011-03-31 15:49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5중의 벽은 어떻게 뚫렸나?

5중의 벽은 팔레트로 불리는 손톱크기의 원주형 핵연료, 핵연료를 가득 채운 합금(연료피복관)의 4m짜리 연료봉, 물기를 머금은 증기를 말리는 장치인 원자로 압력용기(높이 22m), 16cm의 강철 원자로 격납용기, 그리고 최후의 보루인 원전 건물로 구성돼 있다. 이 원전은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뚫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야 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은 5중의 벽을 뚫고 고농도의 방사성물이 건물 밖으로 대량 방출되고 있다. 엄밀하게 봉인돼 있어야 할 핵연료가 가열로 인해 손상돼 원자로 압력용기 바닥부분에서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물과 방사성물질이 대량 외부로 누출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 후쿠시마 제1원전 남쪽 방수구(1~4호기 사용)에서 남쪽으로 330m 떨어진 지점에서 30일 오후 채취된 바닷물에서 법으로 정한 기준한도치의 4358배 높은 농도의 방사성물질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고 도쿄전력쪽이 31일 발표했다. 또 북방수구(5~6기용)에서 북쪽으로 30m 떨어진 부근의 바닷물에서도 30일 오전 1425배 농도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마이니치신문>은 31일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원전밖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발견된 것은 원자로 압력용기의 바닥부분에서 외부로 누출된 것이라고 밝히고 후쿠시마 원전을 포함해 일본내 사용 원자로 60%를 점하는 비등수형 경수로의 원자로(BWR)의 구조적 문제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상업용 원자로의 또다른 형식은 가압형수로(PWR)로 제어봉을 위에서 꽂은 구조이다. 신문은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중대사고에 대해 “배관에서 핵연료가 누출될 가능성이 국제회의에서 논의된 적도 있어 배관이나 용접 부분의 헛점은 후쿠시마 원전같은 비등수로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니노가타 히로시 슈 도쿄공업대교수(노심안전성 전공)는 “노심이 녹는 우려가 있는 경우 아랫부분에 관통부분이 있는 구조는 약점이 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는 압력용기 윗쪽에 있기 때문에 연료봉의 핵분열 반응을 막는 제어봉은 용기의 바닥을 통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압력용기는 강철로 구성돼 있으나 바닥부분은 제어봉이나 중성자 계측관을 관통시키는 배관이 100개 이상 있는데 이 부분에서 손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라바야시 다다시 홋카이도대학교수(원자력공학)는 제 2호기에 대해 “녹은 고온의 핵연료가 배관의 표면이나 용접부분을 녹여서 구멍을 내, 배관을 통해서 조금씩 격납용기 안에 누출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정부도 압력용기의 손상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30일 기자회견에서 1~3호기의 오염수 발생 원인에 대해 “압력용기안에 연료봉이 손상돼 생긴 핵분열 생성물질이 압력용기의 벨브와 관, (용기의 바닥에 있는) 제어봉의 입구 또는 약한 부분에서 격납용기로 나와서 다시 누출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 위원도 30일 기자회견에서 “1~3호기는 압력용기안이 고온인데도 압력이 올라가 있지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압력용기에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원래라면 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주입한 물에 의해 대량의 수증기가 발생해 원자로안의 압력이 높아질 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쪽은 “물이 원전밖으로 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부숴졌는지 추정할 수 없다.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고 할 수 없다”며 압력용기 손상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


1시간당 1000밀리 시버트 이상이라는 매우 높은 방사능을 함유한 오염된 물이 대량으로 발견된 2호기에서 2번이나 압력용기 안 물기가 완전히 말라붙어 연료봉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봉 붕괴상태가 1~6호기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더욱이 압력용기를 수용하는 격납용기의 일부인 ‘압력억제 수조’ 부근에서 지난 15일 폭발음이 발생해 이 수조의 파손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료의 파편을 포함한 물이 직접 이 수조의 구멍으로부터 외부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호기와 마찬가지로 압력용기와 격납용기의 압력이 거의 비슷한 3호기에서도 비슷한 모양으로 연료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비등수형 원자로의 약점이 오히려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연료가 누출된다고 해도 조금씩 나옴으로써 압력용기의 바닥이 한꺼번에 떨어져나와 대량의 핵연료가 격납용기안의 물과 반응해 수증기 폭발을 일으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면 지금 이상으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공기중에 흩날려 주변에 근접할 수 없게 되고, 원자로 냉각이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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