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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4호기 지난해 12월 연료봉 교체…1·2호기보다 훨씬 많은 ‘방사선’

등록 2011-03-17 21:12수정 2011-03-18 08:30

3호기는 플루토늄 포함…더 위험
사용후핵연료 ‘시한폭탄’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핵위기 사태는 원자력발전에 이용됐던 폐연료봉도 엄청난 방사능 재해를 안겨주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7일 헬기와 살수차를 동원해 저수조에 물을 채우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3, 4호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대지진이 나기 수개월 전에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지했던 4호기는 석달 전인 지난해 12월에 5, 6호기와 함께 연료봉을 교체해 저수조에는 1, 2호기 폐연료봉보다 훨씬 많은 고준위의 방사선을 배출하고 붕괴열로 뜨거운 폐연료봉들이 가득 들어 있다. 3호기는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추가한 플루토늄-우라늄 혼합산화(목스)연료를 사용해 다른 원자로에서 폐연료봉보다 다양한 핵오염물질이 포함된 폐연료봉을 저장하고 있다.

폐연료봉은 발전에 사용된 뒤에도 2~3%의 농축우라늄 등 방사성 물질들이 남아 있어 서서히 진행되는 핵붕괴로 인한 붕괴열이 발생한다. 때문에 10년 이상 냉각수가 순환되는 수조 속에서 안정화된 뒤에야 영구폐기장에 보관되거나 재처리가 가능하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01년에 내놓은 ‘원전 폐기시 폐연료 수조에서 사고 위험에 대한 기술적 연구’라는 보고서는 비등형 원자로에서 꺼낸 지 2개월 된 폐연료봉이 섭씨 30도의 온도에서 보관되다가 갑자기 공기 중에 전면 노출됐을 때 섭씨 900도까지 가열되는 데는 4시간밖에 안 걸린다고 경고했다. 섭씨 900도는 냉각수로 사용된 물의 분해가 이뤄져 수소폭발이 가능한 온도이다. 또 2개월 된 폐연료봉이 연료봉 상층부만 노출될 경우엔 최대 145시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4호기에서 1차 화재가 지진 발생 100여시간 뒤 일어났다는 점은 이런 경고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폐연료봉의 공기 중 노출이 계속되면 수소폭발로 인해 온도가 더욱 상승하게 되고, 2000도가 넘으면 연료봉 피복재인 지르코늄의 산화로 인한 화재로 이어진다. 지르코늄은 고온의 물속에서의 내식성과 중성자에 대한 고투과성 때문에 피복재로 이용되지만, 사진기의 플래시에 이용될 정도도 발광·폭발의 성질도 갖고 있다. 수소폭발과 지르코늄 화재가 이어질 경우 원자로가 아닌 저수조에서 전면적인 융해현상이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지붕이 없어진 저수조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은 격납용기에서 전면 융해될 때보다도 많은 핵분열 부산물을 공기 중에 확산시킬 수 있다. 특히 화재로 인한 상승기류는 무거운 우라늄과 플루토늄까지 공기 중으로 올려보내 광범위한 지역에 퍼지게 된다. 체르노빌 사고와 원인과 경위는 다르지만, 방사능 오염이라는 관점에서는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폐연료봉은 노심보다도 장주기 방사성 물질을 10배나 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세슘137 같은 방사성 물질은 체르노빌 사고 때의 8~17배가 뿜어져 나올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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