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기 저장수조, 대기에 노출된 상태
피복 발화땐 방사성물질 급속하게 확산
피복 발화땐 방사성물질 급속하게 확산
4호기 사용후연료봉 관련 화재
방사성 물질 유출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4~6호기는 냉각수 문제로 사고를 낸 1~3호기와는 달리 지진 발생 이전에 이미 정기점검 차원에서 가동중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15일 4호기 격납건물의 5층 냉각수조에 보관중이던 사용후 연료봉이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냉각수조에 담겨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사용후 연료봉이 폭발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저장수조 안의 냉각수 순환공급에 심각한 문제점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연료로서 수명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핵분열에 따른 열이 발생하므로 원자로 노심에서 꺼낸 뒤 수십년간 40도 이하의 저수조에서 냉각 보관해야 한다. 통상 정상적으로 냉각가동중지된 원자로에서도 연료봉은 계속되는 방사능 활동으로 가동 때의 6%에 해당하는 열을 발생한다. <아사히신문>은 지진과 해일로 순환시스템을 움직이는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나면서, 14일 오후 4시18분 저수조 온도가 약 85도까지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 쪽도 “제1, 제2 원전의 사용후 연료봉들이 지진 발생 직후 냉각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지진으로 전원이 나간 상태라서 사용후 연료봉을 담은 수조를 식힐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에서 가열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제1원전은 전체 6기 가운데 소규모인 1호기를 제외하곤 600t에 가까운 사용후 연료봉을 5개 원자로에 나누어 수랭식인 저장수조에 담아 보관하거나 일부는 건식 캐스크에 담아 관리해왔다. 건식 캐스크는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없는 공랭 방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장수조에 담긴 사용후 연료봉에선 똑같은 사고가 추가로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하원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는 “저장수조의 냉각에 실패할 경우 약 100시간(약 4일)이 지나면 사용후 연료를 둘러싼 지르코늄 피복의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용후 핵연료 피복이 발화할 경우엔 연료봉 내의 각종 방사성 물질이 화염과 함께 대기 중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이미 격납건물이 붕괴된 원전의 경우 대형 방사능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제1원전에서는 1호기와 3호기, 4호기가 각각 12일과 14일, 15일 수소폭발로 인해 격납건물의 지붕이 날아간 상태로 사용후 연료봉을 담은 수조가 그대로 대기에 노출된 상태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수조의 물이 증발해 다 없어지기 전에 소방수들이 호스로 물을 채워넣을 수 있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수t의 물을 투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3호기의 냉각수 공급에 정신이 팔려 저장수조의 냉각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핵전문가인 데이비드 로크바움은 “수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보통 30피트 깊이의 냉각수에 잠겨 있는 연료봉이 거의 다 노출된 경우”라며 “사용후 연료봉이 지금 후쿠시마 원전처럼 대기에 노출되면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원자로의 노심융해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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