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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집단감염 알고도 ‘쉬쉬’…병원이 피해 키웠다

등록 2010-09-05 19:14수정 2010-09-06 12:11

일본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슈퍼박테리아.  <에스비에스>(SBS) 화면 갈무리
일본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슈퍼박테리아. <에스비에스>(SBS) 화면 갈무리
데이쿄병원 ‘평판 나빠질라’ 수개월 숨겨
사망 70% 60살 이상…중증환자들 치명적
해외 아닌 자국내 원인…항생제 규제나서
[‘슈퍼 박테리아’ 공포] 일본서 ‘9명 사망’ 충격

일본 대학병원들의 슈퍼박테리아 집단감염 사태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반대로 환자에게 질병과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병원내 슈퍼박테리아 집단감염이 지난해 처음 확인됐는데, 올 들어서는 벌써 두 건이 발생하고 사망자도 크게 늘어 의료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에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도쿄 데이쿄대학부속병원은 1154개 병상을 가진,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큰 병원이다. 감염환자는 입원실이 있는 7~17층 가운데 모두 7개층에서 발생해, 균이 병원 전체에 퍼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알려진 대로 고령자와 중증 환자에게 특히 치명적이었다. 사망자는 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 대부분으로, 70%가 60살 이상이었다.

데이쿄대학병원의 경우 평판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조기에 당국의 협조를 요청하지 않아,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2월 처음으로 감염환자 발생 사실을 알았고, 4~5월에 10명의 감염환자가 나오자 ‘원내감염’임을 파악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감염이 8월까지 계속 확산되는데도 당국의 협조를 요청하지 않다가, 지난 2일에야 보고했다. 지난 2월 슈퍼박테리아 집단감염이 일어난 후지타보건위생대학의 경우 곧바로 보건당국에 신고해 협력을 얻었다. 이 병원에서는 다행히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사람은 아직 없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병원 쪽 대응태세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쿄대학병원에는 병원내 감염 방지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의사 1명, 간호사 1명뿐이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병원 규모를 생각할 때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언론은 슈퍼박테리아가 더이상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후쿠오카대학 집단감염 사태의 경우, 환자 한 명이 한국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들어와 병원의 인공호흡장치를 통해 퍼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데이쿄대학병원 사고의 경우, 외국에서 치료받던 환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박테리아가 일본 안에도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세균학회는 병원들로 하여금 항생제를 함부로 쓰지 말라는 내용의 제안을 올해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슈퍼박테리아…전세계 ‘대유행’ 우려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대유행할 것이란 경고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병원에선 지난달 30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던 3개월 미만 신생아 3명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숨졌고, 다른 12명도 감염됐다. 이들이 감염된 슈퍼박테리아는 ‘젠타마이신 내성 박테리아’와 대표적 슈퍼박테리아로 알려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으로 밝혀졌다. 영국 최고의 미숙아 치료시설이 슈퍼박테리아의 공격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를 실증해준다.

최근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는 ‘뉴델리 메탈로-베타-락타메이즈’(NDM-1)를 만들어 항생제의 효능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종류다. NDM-1을 만드는 세균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존 항생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카르바페넴계 항생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 카디프 대학의 티머시 월시 교수는 지난달 의학전문지 <랜싯 전염병>에 기고한 연구논문을 통해 “특별한 조처가 없으면 NDM-1을 만드는 세균은 앞으로 전세계로 급속하게 퍼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10일 영국 보건당국은 NDM-1을 만드는 세균에 감염된 37명의 환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환자의 대부분은 성형수술이나 이식수술, 암치료를 위해 최근 인도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에 벨기에에서도 파키스탄에서 교통사고 치료를 받았던 당뇨병 환자가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했다. NDM-1을 만드는 세균으로 인한 환자는 독일, 스웨덴,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속속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슈퍼박테리아에는 1961년에 발견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1996년 일본에서 발견된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 등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였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에서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는 특정 항생제가 아니라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 아시네토 박터 바우마니’(MRAB)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3월 여러 종류의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결핵(MDR-TB)과, 이보다 훨씬 강해 치료가 더 어려운 광범위 내성 결핵(XDR-TB) 등 다제내성의 위험성을 특별경고한 바 있다. 2008년 다제내성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세계에서 15만명으로 집계됐다.

영국과 미국 등에선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슈퍼박테리아의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새로운 슈퍼박테리아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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