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예정지 나고 시장 선거 반대파 당선…미일 합의 파기 가능성도
일본 후텐마 미군 비행장 이전의 향배가 걸린 24일 오키나와현 나고 시장 선거에서 기지 이전 반대파 후보가 승리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 미국의 최대 갈등 요인이었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날 선거 출구조사 결과 집권 민주당과 공산·사민·국민신당의 연합후보인 이나미네 스스무 전 시교육위원장이 기지 이전에 찬성하는 자민·공명당 후보 시마부쿠로 요시카즈 현 시장을 누르고 당선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전했다. 나고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율이 76.9%였다고 밝혔으나, 25일 새벽 1시 현재 후보별 득표율은 공표되지 않았다.
이나미네 당선자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나고시에 새 미군기지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킬 것”이라며 “나의 승리는 미군기지 반대가 시민들의 의지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정부는 오는 5월까지 후텐마 기지 이전의 최종결론을 내기로 한 상태다.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지 이전을 강행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신랄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하토야마 총리는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오키나와 주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해온 터여서, 새 기지를 나고시로 이전하기로 한 2006년 양국간 합의를 파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데다, 미국은 기존 합의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하토야마 정부의 선택은 좁아진 반면, 미국과의 외교마찰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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