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판소 “정교분리 원칙 어긋나”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일본 민속신앙인 ‘국가신도’의 시설인 ‘신사’에 대해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일 일본 홋카이도 스나가와시가 시유지에 있는 ‘소라치부토 신사’에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면서 지역 주민 2명이 제기한 토지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사와 관련된 정교분리 위반 소송 11건이 있었으나 위헌판결이 나온 것은 1997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위헌상태의 해소 방법에 대해 “철거 이상으로 현실적인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절충적인 판결을 내렸다. 전직 중학교 교사인 다니우치 사카에(79) 등 원고단은 “부지 무상제공은 공공재산을 종교단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89조 등에 위반된다”며 2004년 소송을 제기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15살 나이로 자원입대 시험을 볼 정도로 군국주의에 빠진 소년이었던 다니우치는 전쟁 뒤 기독교에 입문하면서 군국주의의 방패로 이용된 국가신도의 문제점을 깨달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모두 8만여개의 신사가 있다. 이들 가운데 적어도 1천 곳이 국·시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위헌판결이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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