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첫 언급…사민당 “평화헌법 손질로 이어질 것” 반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26일 라디오 프로그램 녹화방송에 출연해 일본 평화헌법의 개정 논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연립정부의 한 축을 이루는 사민당은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국가 존재방식을 위한 헌법을 제정하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쟁 포기를 담은 9조 개정에 대해서는 “반드시 9조 개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방과 국가의 존재방식을 대역전시키는 지역주권이라는 의미에서의 헌법 개정”이라고 말해 9조를 개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 대표이기도 하므로 당내에서 분명히 논의하길 바라는 마음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당내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연립정권 안에서 (의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만, 오히려 초당파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개헌 논의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야당 시절인 2005년 헌법 개정 시안을 발표하는 등 개헌 소신을 피력했던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9월 총리 취임 이후에는 “내각은 헌법 준수 의무가 있다”며 소극적으로 변했다. 민주당의 매니페스토(집권공약)도 “신중하면서도 적극 검토”라는 표현에 머물렀다. 2007년 국민투표법의 국회 통과에 따라 개헌을 염두에 둔 헌법조사회가 각 당에 설치됐지만, 연립 파트너인 사민당의 요구로 민주당은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하토야마 정권의 이런 개헌 발언에 대해 사민당 안에서는 “연립 이탈로 내몰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사민당 간부는 “지역주권 명기 등에는 이론이 없으나 결국은 개헌이 집단적 자위권이나 9조 개헌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사민당은 오키나와 후텐마 미국 해병대 비행장의 이전문제와 관련해서도 하토야마 총리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26일 사민당이 주장해온 괌 이전에 대해 “억지력 측면에서 무리”라며 내년 5월까지 국내로 이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