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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단수’ 일본…‘다케시마’ 표현없이 독도 영유권 주장

등록 2009-12-26 10:14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25일 낮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사실상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25일 낮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사실상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학습 입각해’…중학 학습해설서엔 ‘다케시마’ 명시
전문가들 “밖으론 한국 배려-안으론 국내여론 절충” 지적도
일본 정부가 25일 공표한 고교 지리분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판에서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라는 표현을 명시하지 않은 채 독도 영유 입장을 고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새 고교 지리 해설서에 다케시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2008년 7월 공표)에는 다케시마를 우리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학교 해설서를 기초로 하면 당연히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영토라는 입장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해설서 개정판이 ‘다케시마 없는 일본 고유 영토론’ 방식으로 결말이 난 것은 일본 민주당의 최대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일 관계 전문가는 “애초 일본 안에서는 고교해설서도 다케시마라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가는 분위기였으나 오자와 간사장이 지난 11~13일 한국에 다녀온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부성 관료들은 절충점으로 학습지도 요령을 시시콜콜하게 나열하지 말라는 민주당 정책을 원용하는 ‘묘수’를 찾아냈다고 한다.

“학습 내용과 학교 운영을 현장의 판단으로 결정한다는 민주당의 방침에 따라 현장의 재량을 확대하는 의미에서 ‘다케시마’라는 말을 빼면서도 ‘독도=일본 고유 영토’론의 입장을 살렸다”는 게 문부과학성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일본 문교당국은 고교 교과서에 다케시마 기술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일본 고교 지리교과서를 보면, A 8권 중 6권, 지리 B 6권 중 5권에 ‘다케시마’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다.

일본 쪽 한-일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해설서 내용이 타협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학 교수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문부과학성의 논리는 어디까지나 국내 설명용이고, 민주당 정부의 정치 주도로 한국에 대한 배려의 성격이 짙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하토야마 정부는 내년이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해로 인식해 절충적인 표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케시마=일본 고유 영토’론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논문을 많이 발표해온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의 배려는 엿보이지만 본심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는 역사적 사실문제를 제대로 인식해 ‘다케시마는 일본 것’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케시마 표현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일본 내 우파 및 보수세력의 반발도 예상된다.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해 한-일간 큰 파문을 일으킨 시마네현의 ‘다케시마 문제연구소’가 지난 10월19일 회의를 열어 활동 재개에 들어갔다.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펴온 시모조 마사오 다쿠쇼쿠대학 교수는 내년 다케시마날 행사의 도쿄 개최를 추진하는 등 최근 각종 모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이날치 석간에서 1면 머릿기사, 또는 1면 주요기사로 ‘다케시마 언급 없어’란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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