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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독신남 죽음에 ‘동병상련’ 댓글 쇄도

등록 2009-11-17 14:12

[특파원 포커스]
결혼 앞둔 40대 남성 사망
연탄가스 중독…타살 의혹도
“혼전여행을 떠납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41살 독신 남성(회사원)은 지난 8월5일 자신의 블로그에 인터넷 만남사이트에 만난 상대와의 결혼생활에 대한 들뜨고 부푼 꿈을 남겼다.

그는 다음날 아침 도쿄도 시내 한 주차장의 렌터카 안에서 연탄가스(일산화탄소 가스)에 중독돼 숨진 채 발견됐다. 애초 일본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달말 체포된 34살 여성의 희대의 결혼사기극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그의 죽음에 타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조사 결과, 이 여성은 이 남성을 포함해 40~80대 4명의 죽음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주검에서는 하나같이 수면제가 검출됐으며 연탄이 범행도구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검출된 수면제는 이 여성이 처방받은 수면제와 동일 종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 여성이 “학비가 모자라니 도와달라” “요리교실 등록금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교제대상 남성들로부터 1억엔 가량을 받아내 월세 20~30만엔짜리 고급아파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불귀의 객이 된 41살 남성의 블로그에는 독신남성을 중심으로 1700건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뉴스를 보고 울었습니다. 중매를 통해 선을 봤지만 몇번이나 실패한 나 자신도 형님의 기뻐했던 마음에 이해가 갑니다.” “동갑의 독신인데 남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네요. 겨우 부모를 안심시킬수 있다는 심정이었지 않나 합니다.”

이번 사건은 일본 독신남성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립사회보장·인구연구소의 2005년 조사를 보면 미혼남성의 90%가 언젠가 결혼할 생각이라고 답변했으나, 소득격차가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같은해 조사에서 남성의 미혼율은 35~39살이 30%, 40~44살도 22%에나 달했다. 특히 2002~2007년 고이즈미 구조개혁 정책으로 소득격차가 확대됐던 5년동안, 비정규직의 결혼율은 정규직의 절반에 머무르며 비정규직 독신남들이 급증해왔다. 이번 사건 용의자는 이런 이상과 현실의 갭을 먹잇감 삼았다. 그는 타고난 화술로 고독한 독신남성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사이트에 등록해 50번이나 선을 봤다는 48살의 회사원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만난 여성에게서 30만엔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했다”며 “그러나 ‘드디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상대를 믿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은 안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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