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즉위 20돌…‘침략전쟁 망각’ 우려
12일로 즉위 20주년을 맞는 아키히토 일왕은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점차 과거의 역사가 잊혀지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라며 일본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 역사에 대한 망각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강조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쇼와(1926~1989·히로히토 일왕의 연호) 60여년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줬다”며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알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12일 즉위 20주년을 맞은 특집기사에서 “천황이 2005년 6월 일본의 옛 전쟁터인 사이판을 첫 방문해 희생자를 위령하는 등 평화의 여로를 계속했다”며 일왕의 평화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켰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전시 중의 ‘천황의 일본’에 대한 반발과 책임 추궁의 목소리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모든 침략 희생자에 인간적인 애도의 뜻을 계속 표현한 자세는 방문지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일왕은 그의 아버지인 히로히토 이름으로 자행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 피해에 대해 사죄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한국과 중국 등 과거 식민지배 피해국가는 물론 일본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노태우 전 대통령 방일 만찬(1990년 5월)과 김대중 대통령 방일 만찬(1998년 10월) 때 각각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 “깊은 슬픔은 내 기억속에 머물러 있다”는 간접적인 사죄표현에 머물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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