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의 대표적 우파 정치인인 나카가와 쇼이치(56·사진) 전 재무상이 4일 오전 도쿄 자택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카가와의 부인은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지 않아 깨우러갔으나 몸이 싸늘하게 식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본 경찰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외상이 없는 점에 미뤄 자연사와 자살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침대 위에는 약간의 구토 흔적도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가족들은 “최근 통원치료를 하고 있었으며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카가와는 재무상·금융상 시절인 올 2월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담 뒤 술에 취한 채 기자회견에서 횡설수설하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끝에 경질됐다. 그는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이 지난달 28일 선정한 비외교적 행태 1위에 꼽힌 바 있다. 나카가와는 로마 기자회견 추태에 대해 “감기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몽롱한 상태였다”고 해명했으나 알콜 의존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8·30 총선 과정에서는 지지자들 앞에서 공개적인 금주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음주 기자회견 여파로 8월30일 열린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낙선한 뒤 비례대표구마저 떨어져 정치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나카가와의 아버지로 자민당의 유력정치인이었던 나카가와 이치로 전 농업상은 1982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패배한 뒤 그 이듬해 1월 삿포로 시내 호텔에서 57살 나이로 자살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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