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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격차사회 일본, 병원 못가는 학생들

등록 2009-09-29 20:41

빈곤가정 아이들 치료 사각지대…취학원조 대상 10년새 1.8배
지난 6월 일본 홋카이도 도립고교 양호실에 체육시간에 발목을 삔 2학년 남학생이 찾아왔다. 양호교사가 발목이 부풀어 오른 부분에 습포제(붙이는 파스)를 붙이는 등 응급조처를 취한 뒤 “인대가 끊어졌을지 모르니까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학생은 습포제를 붙여달라며 찾아왔다. 이유를 묻자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이 학생은 “집에 습포제 같은 건 없고 (돈이 없어) 살 수도 없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최근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워킹푸어’(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 가정의 아이들이 병이 나거나 다쳐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양호실 등에서 응급조처로 끝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 학교의 2학년 남학생은 머리가 아프다며 자주 양호실에 들려 진통제를 달라고 했다. 걱정이 된 양호교사는 학생의 어머니 앞으로 편지를 보내 “한번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고 말했으나 답장이 없었다. 거듭된 권유에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다행이 큰일은 없었으나 만약 방치했다면 뇌경색으로 진행될 뻔했다.

사이타마현의 어느 고교는 생활보호수급 가정이나 모자세대가 많아서 신입생의 3분의 1은 1학년 때 자퇴한다고 한다. 이 학교 양호선생은 “배가 고프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간식거리를 마련해놓는다. 체온과 혈압이 낮아서 체육수업 중 쪼그려앉아 있거나 벽에 기대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학교 정기건강 검진결과 재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검사비는 얼마나 받느냐”고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다.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례는 통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문부과학성 조사를 보면 최근 10년간 학용품, 수학여행비 등을 공적으로 부담하는 ‘취학원조’의 대상인 초·중학생은 78만명에서 142만1천명으로 1.8배 증가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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