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텐마기지 이전 연내 착수”
‘긴밀하고 대등한 일-미 관계’를 연립정권의 주요 외교정책으로 내세운 일본의 민주당 새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신중한 대미 접근방식을 보이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 외상은 16일 밤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일-미 동맹이 지속 가능하고 더욱 깊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민당과 국민신당과의 연정합의문에 명시된 주일 미군재배치 계획 수정문제의 핵심 사업인 후텐마기지 이전문제에 대해 “협상이므로 이쪽(일본)이 바라는 결론만을 이야기해서는 협상이 안된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17일 회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방치하면 기정사실로 굳어진다”며 연내에 문제해결에 착수할 뜻을 보였다.
하토야마 총리도 1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대등한 일-미 관계’에 대해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서도 “동아시아 공동체를 중장기적으로 구상하는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달러나 미국을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구상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자세는 줄줄이 이어진 주요 대미 외교 일정을 앞두고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달 23일로 예정된 미-일 첫 정상회담을 비롯해 10월 중순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방일, 11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일 등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이른바 미-일 정부간 핵밀약의 진상규명 작업에 착수해 두 나라의 마찰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카다 외상은 17일 새벽 야부나카 미토지 차관에게 핵밀약설 진상규명에 대해 외무성 내 자료를 조사해 11월 말까지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최근 외무성 고위 관리들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1960년 일본 국내로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때 사전협의를 하도록 양국 안보조약을 개정하면서, 핵무기 탑재 미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영공 통과 등의 경우에는 사전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비밀리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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