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출신 세계 정치지도자
‘문제해결학’ 박사전공 살려
일본정국 어떻게 풀지 주목
일본정국 어떻게 풀지 주목
오는 16일 일본 총리에 오르는 하토야마 유키오(62) 민주당 대표는 ‘우주인’이란 별명답게 대학 전공도 남다르다. 법대 등 문과계통이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힘든 일본 정계에서 보기 드물게 이과 출신이다. 도쿄대 공학부·도쿄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이과 출신 총리 탄생은 처음이다. 일본의 역대 총리 중 다나카 가쿠에이는 이과계전문학교인 중앙공학교를 졸업했으며, 아소 다로 현 총리의 장인인 스즈키 젠코는 현 도쿄해양대의 전신인 ‘수산강습소’를 나왔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총리에 오르는 것도 하토야마 대표가 처음이다.
하토야마의 도쿄대학원 석사과정 전공은 수리공학이었다. 각종 현상을 여가가지 요소로 분해해 그 연결고리와 관계를 발견해가는 학문이다. 박사학위 전공인 ‘오퍼레이션즈 리서치’도 최적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수학적인 논리를 사용하는 ‘문제 해결학’이다. 최소의 비용과 최단 시간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고르는 연구이다.
센슈대 교수를 거쳐 1986년 첫 중의원에 당선된 뒤 그는 전공분야를 내세워 ‘정치를 과학화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소속하고 있던 자민당 유력 파벌 다나카파를 뛰쳐나와 1993년 신당 사키가케를 만들어 정치개혁의 기치를 든 행동력도 전공에서 익힌 사고체계와 무관치 않다고 <아사히신문>은 11일 지적했다.
문제해결학 전공은 정치뿐 아니라 그의 결혼상대 고르기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의 부인인 미유키(67)는 하토야마 대표가 미국 유학시절 만났을 때 이미 기혼자였다. “모든 남성은 독신여성 가운데 상대를 고르지만, 나는 전체 여성 중에서 고른다”라는 그의 발언은 ‘오퍼레이션 리서치’적 발상이라고 스탠퍼드대 동기인 가네코 이쿠요 게이오대 교수는 말했다. 그는 하토야마의 결혼관에 대해 “대상이 독신여성만으로는 범위가 좁다. 전세계 여성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보다 좋은 선택을 한다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과 출신 정치 지도자가 비교적 많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칭화대 수리공학과), 원자바오 총리(베이징지질학원)을 비롯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라이프치히대 물리학 박사),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옥스퍼드대 화학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우랄공과대 건축과) 등 전·현직 정상들이 이공계 출신이다. 일본에서는 간 나오토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 내정자(도쿄공업대 물리학과)와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도쿄대 물리공학과) 등이 이과 출신 정치인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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