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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절망만 남긴 규제완화…‘탈 신자유주의’로

등록 2009-09-01 20:55

일본 구조개혁 정책 및 그 후유증
일본 구조개혁 정책 및 그 후유증
[일본 선거혁명 이후] 변화 선택한 일본 ③ 경제·복지정책 어디로
민주 ‘자민당 구조개혁’ 용도폐기 별러
복지 재건·파견금지 등 ‘생활정치’ 약속
경기악화 따른 기업 반발 극복이 관건
“도의와 절도를 잃어버린 금융자본주의, 시장원리주의에 어떻게 브레이크를 걸고,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을 지켜나갈 것인가?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제기된 과제다.”

일본의 차기 총리를 예약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최근 <보이스> 9월호에 기고한 논문 ‘나의 정치철학’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리즘과 시장원리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아시아 중심의 경제체제 구축을 제창했다. 그는 또 “자민당은 미국의 시장경제가 이상적인 경제질서라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데 비해 우리는 사회적 안전망의 충실, 국민경제적인 전통을 지키려는 쪽”이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일본을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당내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과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도 부의 분배를 우선하는 인사들이다. 규제완화를 뼈대로 하는 자민당의 구조개혁 노선은 이번 총선에서 변화를 열망한 일본 국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일본 최대 시민운동단체의 하나인 반빈곤연대는 민주당 압승이 드러난 30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의 삶은 편해진다는 약속은 1990년대부터 ‘고용없는 경기회복’과 노동분배율 저하, 사회보장요금 인상 등으로 사실상 달성되지 못했다”며 “저성장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의 삶이 회복될 수 있는 정치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자민당의 구조개혁 정책은 소득 및 도·농간 격차와 빈곤을 확대시켜 결과적으로 정권의 지지기반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수십조엔의 사내유보금(잉여금)을 쌓아놓은 도요타자동차 등이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비정규직 파견사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등 고용불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고이즈미 정부가 허용한 파견사원제도 등 규제완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2008년 현재 노동자의 34%로 확대됐다. 연간 200만엔 이하의 워킹푸어(아무리 일해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상태에 놓인 봉급생활자만 해도 1000만명이 넘어섰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 평균소득도 100만엔이나 줄었다. 사회보장 관련 예산은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2005년 이후 매년 2200억엔씩 줄어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아동수당 확대 등 서민에 대한 직접지원 확대를 내건 ‘생활정치’를 통해, 일본 복지체제 재건과 확대를 약속했다. 이는 자민당으로부터 선심정치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오히려 선거판 이슈로 부각되며 민주당 바람의 원인이 됐다.

민주당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했다가 국회해산과 함께 자동폐기된 ‘노동자파견법’ 개정안이 민주당 정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탈구조개혁노선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대 사용자 단체인 게이단렌은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완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 법안에 대해 “그렇게 되면 일본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제상황도 어렵다. 3~6월 경제성장은 1년3개월만에 3%대의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고용을 기피해 실업률은 5.7%로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신자유주의 노선 탈피와 새로운 생활정치의 실현은 향후 민주당 정권의 운명이 걸린 사활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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