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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민심 움직인 가장 작고 어린 ‘여자객’

등록 2009-08-31 19:56수정 2009-08-31 23:24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 거물급 의원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후쿠다 에리코 당선자가 축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사하야/AFP 연합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 거물급 의원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후쿠다 에리코 당선자가 축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사하야/AFP 연합
최연소 당선 후쿠다로 본 일본 8·30 총선
자민당 10선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 눌러
정치신인들 대거 당선…‘보통사람들의 대반란’
“역사가 움직였습니다. 일본이 바뀌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마음껏 살아가겠습니다.”

키 150㎝의 가녀린 20대 여성 후쿠다 에리코(28)가 지난해 9월 차기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그의 입에서 이런 당선 소감을 듣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는 10선을 노리는 자민당 거물급 의원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

그러나 1년 뒤 그는 ‘만년 여당’ 자민당의 참패를 불러온 8·30 총선에서 ‘보통 사람들의 반란’을 상징하는 존재로 우뚝 섰다. 전체 480명의 중의원 당선자 가운데 가장 키가 작고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역사’ ‘변화’ ‘공생’이라는 그의 세 마디 당선 소감은 바로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에서 나타난 일본 민심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었다.

병마와 싸우면서 국가라는 거대한 벽에 부닥쳐 굴하지 않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후쿠다 당선자가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재학 중인 2001년 혈액제제 투여로 시(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3년 뒤 다른 사람은 꺼리는 피해 사실을 실명 공개하고 제약회사와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소송 원고단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곧바로 감염 피해자의 ‘대변인 역’을 떠맡아 각종 강연회와 언론을 통해 1만명이 넘는 감염 피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메이지 정부 이래 140년간 일본을 지배해 온 관료조직을 상대로 싸우는 일은 달걀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였으나 벽은 무너졌다. 2008년 일본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그는 선거 기간에 “격차(양극화)가 확산돼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 나도 (감염 피해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분노와 염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호소했다. 선거 다음날인 31일 민방 정보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에게 패널 중 한 사람은 “이번 선거 후보자 중 가장 감명을 받은 유세였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변화’를 선택한 일본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44명의 연립여당 중진들을 지역구에서 낙선시키고 정치 신인들을 대거 나가타초(일본 정가)에 보내는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왔다. 후쿠다를 포함한 이른바 젊은 ‘여성 자객’ 후보 7명도 이런 국민의 힘을 업고 등원에 성공했다. 총선 전 115석이던 민주당 의석은 이번 선거에서 무려 193석을 늘려 308석이 됐다. 일본 정당 사상 최대 의석을 가진 정당의 탄생이다. 민주당 전체 당선자의 절반가량인 150여명이 정치 신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자민당은 종전 300석에서 119석으로 의석이 거의 3분의 1 토막 나는 참패를 당했다. 자민당의 당선자나 낙선자는 이구동성으로 “반성한다”는 말을 되뇌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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