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언론에 비친 추모열기]
과거사 연연 않고 전후 일본 긍정평가
언론 대대적 보도…정치인 애도 논평
과거사 연연 않고 전후 일본 긍정평가
언론 대대적 보도…정치인 애도 논평
일본 주요 신문들은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소식을 1면 머릿기사와 주요기사로 전하는 등 5~6개면을 할애해 평전, 사설 등을 통해 고인의 발자취를 상세히 다뤘다. 아소 다로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 나카소네 야스히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도이 다카코 전 사회당 당수 등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도 고인을 애도하는 논평을 앞다퉈 내놓았다.
이처럼 일본 사회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상당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불굴의 삶을 살아온 김 전 대통령의 족적이 일본 지식인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명한 언론인으로 깐깐하기로 유명한 치쿠시 데츠야는 지난 2005년 5월 도쿄대 야스다 강당 강연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거목”이라며 김 전 대통령에게 90도로 깍듯이 인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식민지 지배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만 연연하지 않고 일본문화 개방과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보수적인 <요미우리신문>은 평전을 통해 “1998년 방일해 발표한 ‘일한 공동선언’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만이 주목받았으나, 또하나 중요한 점은 (그가) 전후 일본을 예전의 군국주의 일본과 구별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했다는 점을 평가한 점에 있다”면서 “일본 역사의 명암을 잘 아는 김씨였기에 가능한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외교통 의원인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은 올해 초 강연에서 1998년 김 전 대통령의 일본 국회연설을 이렇게 회고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창씨개명 강요를 예를 들어 이야기했다. 그때 많은 의원들이 ‘또다시 식민지배 이야기냐’고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그 다음 그의 말에 의사당이 숙연한 분위기에 빠졌다. ‘일본이 나쁘지만 일본의 식민지배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보통 정치인이 아니라고 새삼 느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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