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지난 10일 방영한 <일본 해군 400시간 증언-2부 “켕기는 침묵”> 화면 가운데 한 장면. 엔에이치케이는 태평양전쟁에 참여했던 옛 일본 해군 장교들의 증언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엔에이치케이 제공
NHK, ‘태평양전쟁 참전장교 400시간 비밀증언’ 방영
개전논리 허구성·전범재판 조작·가미가제 관련 내용
개전논리 허구성·전범재판 조작·가미가제 관련 내용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잠시 말문을 잃었다.”
지난 9~11일 사흘 연속 방송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의 8·15 특집 3부작 다큐멘터리가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은 1941년 시작된 미국과의 전쟁 수행의 핵심 주체인 일본 옛 해군의 군령부 참모 등 핵심 장교들이 1970~1980년 ‘반성모임’이란 이름으로 10년 넘게 131차례나 비밀리에 모여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한 녹음테이프 200여개를 입수해 <일본 해군 400시간의 증언>이란 제목으로 방영했다.
1부 ‘해군 있고 국가 없음’에서는 대미 개전 당시 일본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 등 수뇌부가 주창하고 현재 일본 우익들이 주요 개전 논리로 내세우는 ‘자존자위·아시아해방 전쟁’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폭로했다. 반성모임에서 이런 개전 논리는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은 확전을 주장하는 육군으로부터 해군을 보호하고,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조장해서 해군 예산을 확대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없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전쟁에 참전한 한 작전참모는 “아무런 계획도 승산도 없이 명분 없는 침략전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당시 해군 지휘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나 증언 중에는 진솔한 반성보다는 “전쟁에 반대했지만 상층부의 지시여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나, “전쟁에 찬성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발뺌의 내용도 많았다.
2부 ‘켕기는 침묵’에서는 가미카제 등 무도한 특공작전이 공식적인 명령이 아니었다는 지금까지의 주장과 달리, 애초부터 특공작전으로 입안돼 지시까지 내려졌다는 증언과 문서가 공개됐다. 3부 ‘전범재판 제2의 전쟁’은 전후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조 히데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로 하고 전범재판에 대비해 예상 문답까지 했으며, 일왕을 전범재판에 세우지 않기 위해 맥아더 사령부와 비밀 접촉을 하는 등 조직적 재판 공작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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