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소 다로 총리,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
총리는 ‘핵폐기’ 반대…야당 대표는 ‘근절’ 의지
아소 “미국 선제공격 불가피” …하토야마 “비핵3원칙 법제화”
아소 “미국 선제공격 불가피” …하토야마 “비핵3원칙 법제화”
일본 나가사키 원폭투하 64주년을 맞은 9일 아소 다로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핵무기 정책에 대해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냈다.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핵무기 정책인 ‘비핵 3원칙’에 대해 법제화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데 반해, 아소 총리는 미국의 핵 선제공격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핵무기 비보유, 비제조, 비반입을 뜻하는 비핵 3원칙은 1950년대 여야 의원들의 기본적인 공감대 형성을 기초로 1967년 12월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공식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로 정착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핵무기의 일본내 반입을 허용하는 미-일 밀약이 존재하고 있다는 외무성 전직 고위 관리들의 증언들이 잇따라 ‘비핵 3원칙’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의 법제화 발언은 30일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명목상의 핵무기 정책을 넘어서 핵근절 의지를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 그는 이날 피폭단체로부터 비핵 3원칙의 법제화를 요청받고 “확실히 법제화라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분명하게 검토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4일 “법제화하면 (정권교체에 따라) 거꾸로 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된다”며 법제화에 소극적인 견해를 밝혔으나, 집권 때 연립여당 파트너인 사민당의 강력한 법제화 요구에 따라 궤도를 수정했다. 그는 또 미-일 핵반입 밀약에 대해서도 “집권하면 조사하고 미국과도 협의해서 사실관계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소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핵 군축의 일환으로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을 미국에 요청할 가능성에 대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선제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 의도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과연 일본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것일까”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비쳤다. 아소 총리의 이런 발언은 “집권하면 핵선제 불사용에 관해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는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아소 총리는 또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해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문제를 생각할 때 일-미 안보체제는 지속적으로 중요하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서기장은 아소 총리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오히려 미국의 핵순항미사일 폐기처분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핵 밀약에 근거한 핵무기 반입 체제의 지속을 일본쪽이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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