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총회 무산되자 ‘아소퇴진 요구’ 없던일로
소선거구제선 기존 당 유리…탈당 엄두못내
소선거구제선 기존 당 유리…탈당 엄두못내
“아소 끌어내리기를 하려는 째째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이른바 ‘반아소 난’의 선봉장격인 다케베 쓰토무 전 간사장은 지난 18일 선거구인 홋카이도 유세에서 이렇게 꼬리를 내렸다. 당 소속 상·하원 합동 총회를 열어 아소 다로 총리의 퇴진을 추진하려 했지만, 양원 총회가 당 집행부의 거부로 무산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아소 총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불을 붙였던 요사노 가오루 재무상도 반란이 진압됐음을 인정했다. 그는 애초 아소 총리가 내각을 해산하면 각료서명을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지만, 이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
자민당 내 권력투쟁 과정을 살펴보면 자민당이 현재 얼마나 급박한 처지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반아소 세력은 10%~20%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아소 총리로는 필패라는 절박함을 호소하며 거사를 벌였다. 하지만, 쉽게 진압된 뒤에도 탈당 등 새로운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955년 이후 자민당은 ‘반아소의 난’과 같은 파벌간 권력투쟁이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이를 동력으로 삼아 보수 장기집권 체제의 기틀을 만들어왔다. 록히드 사건 이후인 1976년 고노 요헤이(현 중의원 의장) 등 6명이 탈당해 신자유클럽을 만들었으나 1986년 자민당에 다시 통합됐다. 1993년 6월 오자와 이치로 등 54명은 각각 신생당과 신당 사키가케 등을 창당해 그해 8월 최초의 비자민 연립정권 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10개월만에 자민당이 재집권에 성공하자 이들 중 일부는 자민당에 합류했다.
반아소 세력이 탈당 등을 결행하지 못하는 데는 무엇보다 1994년 도입된 소선거구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선거구에 한 명씩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자금력과 조직력이 튼튼한 기존의 양대 정당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반아소 세력이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반아소 세력들이 머리를 짜낸 것은 당의 공식 정권공약(매니페스토)로 선거에 임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인 정권공약으로 싸우겠다는 것이다. 상당수 당선 위험권에 놓인 반아소 세력은 아직도 국민적 인기가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구조개혁 노선을 내세워 기존 자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자민당은 ‘분열선거’로 치닫게 돼 공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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