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13일 일본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다음달 30일 중의원 총선이 실시된다는 내용이 실린 신문 호외를 배포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최근 6차례 지방단체장 선거 민주당 승
복지축소·세습정치 의존 등에 민심잃어
하토야마 대표 정치자금 문제등이 ‘변수’
복지축소·세습정치 의존 등에 민심잃어
하토야마 대표 정치자금 문제등이 ‘변수’
오는 8월30일 치러질 예정인 일본 총선에서 선거를 통한 최초의 정권교체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일본에선 그동안 정당들의 연립을 통한 비자민당 정권이 들어선 적은 있지만, 선거를 통해 자민당 이외의 정권으로 교체가 이뤄진 적은 없다. 8월30일 총선을 한달 반 앞둔 현재, 지난 54년 동안 이어져온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가 선거를 통해 무너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일본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 민심이반 1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밖의 압승을 거둔 데는 자민당 보수체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염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래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회당의 복지정책까지 수용하면서, 단 10개월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권력을 놓지 않았다. 자민당 의원들의 탈당사태로 1993년 8월부터 1994년 6월까지 비자민·공산 연립정권이 들어섰을 뿐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이후 신자유주의식 구조개혁 정책을 펼친 결과 경제회복에는 성공했으나 대기업의 비정규직 마구잡이 해고, 사회복지 축소 등 부작용이 속출했고, 관료와 세습정치가에 의존하는 자민당의 체질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민심을 잃기 시작했다.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20석을 늘려 단박에 제1당으로 뛰어오른 민주당은 특히 1명을 뽑는 7개 소선거구에서 6대1의 압승을 거뒀다. 이날 함께 실시된 나라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지원한 33살의 정치신인이 당선되는 등 최근 6차례의 지방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12일 <아사히신문> 출구조사를 보면 총선 비례대표의 경우 민주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가 46%로 자민당의 두배를 넘었다. 정권교체 가능성은 전통적 자민당 지지층의 이탈현상에서도 점쳐진다. <도쿄신문>의 출구조사를 보면 전통적 자민당 지지층 가운데 29.9%가 민주당에 투표했고, 자민당에 표를 던진 이는 59%에 머물렀다.
■ 아소 총리는 정권교체 도우미? 아소 총리가 13일 당내 퇴진요구를 거부한 것도 민주당에서 보면 정권교체의 큰 장애물을 넘은 셈이다. 민주당이 걱정한 가장 큰 변수중 하나가 10~20%대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아소 총리가 총선 전 퇴진하고 새 인물이 자민당 총재로 등장할 경우였지만, 아소 총리가 총선을 자기 손으로 치르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소 총리는 도쿄도선거 참패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퇴진 요구 움직임을 조기 차단하면서, 당내 파벌 영수들의 뜻을 받아들여 중의원 임기말로 총선 일정을 늦춤으로써 이변이 없는 한 총선 때까지 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내각불신임 결의안과 총리 문책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여당이 3분의 2 이상 장악하고 있는 중의원에서 결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소 총리를 유임시키고 자민당의 자중지란을 도모한다는 양수겸장 전략인 셈이다.
민주당도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우선 당장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의 정치자금 허위기재 문제가 불씨로 남아있다. 아소 총리가 선거시기를 가능한 한 늦게 잡은 것도 이 문제를 끝까지 물고늘어져 반전카드로 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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