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 히비야 공원에 ‘실직자 난민캠프’를 열어 대기업의 비정규직 마구잡이 해고의 심각성을 알린 ‘파견마을’ 활동이 30일 종료된다.
20여 노동·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지난해 12월30일부터 1월5일까지 히비야 공원에서 파견마을을 운영하는 동안 1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참가하고 5천만엔 이상의 기부금이 답지하며,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파견마을 실행위원회는 ‘실직자 난민캠프’에 찾아온 비정규직 600여명중 상당수가 구청으로부터 생활보호를 받고 임시주거지에 입주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없는 비정규직 양산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노동자 파견법’ 개정운동이 본격화하게 된 것은 풀뿌리 시민운동인 파견마을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민주, 사민, 국민신당 등 야3당은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3년 이내에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파견노동자법 개정안을 26일 중의원에 제출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30일 이내의 날품팔이 파견’을 금지하는 데 머물러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파견마을 촌장을 맡은 유아사 마코토 반빈곤네트워크 사무국장은 28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파견마을 전국 심포지엄’ 인삿말을 통해 “파견마을의 활동으로 노동문제와 생활보호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빈곤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 놓인 현실은 험난하다. 파견마을을 찾아온 600여명중 소재지가 파악된 26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한 108명중 재취업한 사람은 파견·파트타임 등을 포함해 1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대기업의 마구잡이식 비정규직 해고 선풍이 거세진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21만명의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중 60% 정도인 13만5천명이 파견노동자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