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정치인 형제에 양쪽으로 공격 받아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집안팎의 두마리 ‘비둘기’로부터 연일 협공을 당하고 있다. 일본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하토야마라는 성을 가진 여야 거물급 형제 정치인들이 연일 아소 공격의 선봉에 서고 있다.
최근 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 총무상이 자신의 관할인 우정공사의 니시카와 요시후미 사장 재임 문제를 둘러싸고 ,평소 충성을 다하던 ‘주군’ 아소 총리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는 아소 총리가 우정공사의 니시카와 사장 재임을 지지하자, 거리유세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나의 정의에 반한다”며 노골적인 반대 뜻을 밝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소 총리 만들기의 ‘1등 공신’ 노릇을 한 하토야마 총무상의 ‘대들기’는 잇따른 실정으로 리더십을 의심받고 있는 아소 정권의 말기증상으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제 1야당인 민주당 대표로 아소 총리 공격의 선봉장인 형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도 지난 6일 히로시마의 선거유세에서 “나카타초(일본 국회의사당이 있는 정치 중심지)에서 두마리의 비둘기가 아소 다로 총리를 쪼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는 정공법으로 싸움에 임하고 있다”면서 동생에 대해 “다른 한마리는 안에서 내장을 도려내는 듯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동생의 싸움을 ‘비둘기의 난’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자민당과 내각에서 지지를 못받는 동생을 겨냥해 “빨리 대신 자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로 나서는 게 어떻냐”고 권유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의 손자들로 나란히 자민당에서 정치에 입문한 하토야마 형제는 1990년대에 자민당을 뛰쳐나갔으나 동생 구니오는 자민당에 복당해 다른 정치노선을 걷고 있다.
하토야마 총무상이 아소 총리에 반기를 든 것은 아소 총리 이후의 자민당 총재직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하토야마 총리, 하토야마 자민당 총재’라는 형제간 여야 영수 대결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