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특파원
지난 10일 아침 8시30분께 텔레비전에 나와 일본인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 3명이 확인됐다고 전하는 마쓰조에 요이치 후생노동상의 목소리에선 긴박감이 넘쳤다. 환자 3명이 타고온 여객기 좌석표를 제시하면서, 기내에 있던 누구라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가 전하는 내용을 듣다보면 ‘조금이라도 치료가 늦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며칠 전에도 신종 플루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며 전국에 생방송되는 긴급 기자회견까지 했으나, 감기 증상으로 밝혀져 머쓱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종 플루를 둘러싼 일본 정부 당국의 대응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별난 전염병 방역대책이 눈에 띈다. 일본 방역당국은 감염 확인 환자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귀국한 32명을 나리타공항 인근 호텔에 대기시켜 놓은 채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추가 감염자를 확인하려는 고육지책 측면도 있지만, 행동의 제약을 받는 학생들은 스트레스와 갑갑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도 교육위는 신종 플루가 도내에서 발생하면 모든 도립학교를 휴교한다는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질병대책센터는 애초 2주 간의 휴교를 지시했지만, 신종 플루의 병원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자 휴교할 필요가 없다고 방침을 변경했다. <도쿄신문>은 10일 텔레비전에서 냉정한 대처를 주문한 마쓰조에 후생노동상에 대해 “후생노동상이야말로 냉정한 대응을 하라”로 꼬집었다. 신종 플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정부의 늑장대처를 지적해온 도노오카 다쓰히토 전 오타루시 보건소장은 “(정부가) 견해를 바꾸지 않고 이대로 내달리면 학교는 모두 휴교, 출국은 제한, 국외 거주 일본인은 자위대 항공기로 구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당국의 이런 자세는 기본적으로 전염병과 재해에 민감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본 국민의 습성을 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총선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사에 매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서 손해볼 것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인의 70%는 이번 신종 플루에 별다른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부보다 국민이 냉정한 대응을 보인 셈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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