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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빈곤에 맞선 쿨한 저항, 도쿄 ‘유쾌한 메이데이’

등록 2009-05-05 13:58

3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2009’라는 명칭을 내걸고 축제에 가까운 노동절 행사를 벌이고 있다.
3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2009’라는 명칭을 내걸고 축제에 가까운 노동절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해골 복장 프리터…비키니 차림 40대 여장 남성
비정규직 처지 세대·형식 넘어 자유롭게 드러내
격렬한 몸싸움도, 날선 구호도 없었다. 세대와 신분을 뛰어넘은 800여명 참가자들이 선도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레이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자신들의 메이데이(노동절)를 자축했다.

3일 밤 일본 도쿄의 대표적 도심인 시부야 거리 일대를 2시간 가까이 휩쓴 메이데이 행사는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2009’라는 명칭에 걸맞게 세계동시 불황 속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처지를 가장 자유스런 방식으로 드러냈다.

가장 무도회장에 참석한 듯한 해골 복장을 한 20대 프리터(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젊은이), 짙은 화장에 비키니 복장으로 한껏 멋을 낸 40대 남성, 전쟁포기를 선언한 일본 헌법 9조 개헌을 저지하자는 어깨띠를 맨 60대의 전공투 투사 등 각양각색 참석자들은 기존 노조의 엄숙하고 형식적인 메이데이 행사와는 복장과 표정부터 달랐다. 메이데이가 아니라 마치 축제처럼 행동했다.

참석자들의 구호도 “프리터도 노동자, 정사원도 노동자, 사장도 노동자다”라는 식의 무거운 것도 있었지만 “춤춰라 춤춰, 시부야. 좀 더 즐기자”라는 자유로운 일탈을 꿈꾸는 구호가 더 많았다. 일본의 국민그룹 스마프의 멤버로 술에 취해 공원에서 나체소동을 벌이다 체포된 구사나기 쓰요시(초난강) 사건을 빗대 ‘벌거숭이가 뭐가 나빠’라는 비아냥거리는 팻말이나, 아소 다로 총리에 신발세례를 권유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시위 행진 중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일탈적인 행동’도 시위 축제가 뒤섞인 비정규직 ‘사운드 데모’의 특징처럼 보였다.

이날 행사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프리터 전반노조’ 등 노동·시민단체가 주최한 것으로 올해로 5번째다. 특히 올해는 파견직 해고 등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빈곤 문제가 일본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비정규직의 메이데이 행사는 도쿄뿐 아니라 전국 10곳에서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일본 정규직 노조결성률이 18%까지 떨어지고, 기존 노조가 일본 노동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비정규직의 자구 노력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선 ‘유니온계 노조’로 불리는 각종 비정규직 노조에 비정규직의 가입이 잇따르고 있다.

비키니 옷차림으로 ‘사운드 데모’에 참석한 다다 교쿄(46)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빈곤 문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고 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은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무장투쟁을 주장했던 적군파 의장 출신인 시오미 다카야(68)는 “헌법 9조 개헌저지 모임의 일원으로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우리의 운동방식이 노동 대중과 유리된 채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오류를 범한 데 비하면 사운드 데모 같은 방식은 더욱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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