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실직 일본계 외국인에 차비 보조 조건 ‘재입국 불허’
일본에서 14년간 일하다 지난달 차량부품공장에서 해고된 일본계 3세 브라질인 사카모토 알렉산드론(33)은 최근 귀국을 결심했다. 일본에 남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불황에 실직한 일본계 남미인 영주권자에게 1인당 30만엔(부양가족 1인당 20만엔 추가)씩 귀국여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도 귀국 결심을 부추겼다.
얼핏 인도주의적으로 보이는 이 정책이 30만명이 넘는 일본내 일본계 외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단 정부 지원금을 받고 출국한 사람은 ‘당분간’ 재입국을 금지하는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무기한이어서 일단 돈을 받으면 경기가 회복돼도 재입국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11월 불황을 이유로 전기업체에서 해고된 일본계 3세 브라질인 다실버 드고라스(44)는 “(재입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돈이 없어도 자비로 귀국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후생노동성은 “재입국해 다시 실업 상태가 되면 곤란한 것은 본인이다. 그것을 피하고 싶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직된 일본계 외국인들을 범죄 예비군으로 간주해 돈을 주고 내쫓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계 3세인 안제로 이시 무사시로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스페인도 지난해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재입국 불허기간은 3년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일본이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방침은 브라질의 일본계 사회에서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상파울루의 일본어 신문인 <닛케이신문>은 최근 “필요한 때는 불러놓고 필요없게 되자 퇴거장을 내민 듯한 조처”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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