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법제도 개혁의 핵심으로 2004년 개교한 로스쿨(법과대학원)이 새로운 사법시험에서 저조한 합격률이라는 역풍을 맞아, 정원 축소 등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명문 국립대인 도쿄대와 교토대는 내년부터 로스쿨 정원을 각각 240명과 160명으로 20%씩 줄인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법과대학원협회 간부는 “23개 국립대 로스쿨 대부분이 10~30%씩 정원을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명문 사립인 와세다대도 2011년부터 현재 300명인 정원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전국 74개 로스쿨의 정원 총인원을 축소해 로스쿨 전체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지난해 가을부터 학교 간 통합과 정원 축소를 촉구하면서 ‘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호세이대 등 일부 사립대는 문부과학성의 움직임이 “단순한 숫자 맞추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애초 당국은 2004년 로스쿨 제도 출범 당시 수료자의 70~80%는 새 사법시험에서 합격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첫해인 2004년 48%(1009명), 2007년 40%(1851명), 2008년 33%(2065명)로 매년 합격률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 난립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애초 4천명 정도로 예상됐던 로스쿨 정원은 현재 전국 74개교 5800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3분의 1의 로스쿨에선 2008년도 입학시험 경쟁률이 2대 1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합격률 10%대가 21개교, 10% 미만이 9개교, 합격률 0%도 3개교나 된다. 반면 도쿄, 주오, 게이오, 와세다, 교토 등 5개교 출신 합격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등 로스쿨간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이번 정원축소 움직임에는 합격률 저조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자민당과 판사, 변호사 등의 기득권 지키기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2002년 각의 결정을 통해 2010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를 3천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에 대해 자민당 간부와 변호사들은 노골적으로 반발해왔다.
새 사법시험은 2006년부터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2011년까지 이행기간 동안은 일반인들도 기존 사법시험에 응시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로스쿨 졸업생도 졸업 이후 5년간 3번으로 응시자격이 제한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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